사설 /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방만경영 철저한 근절대책 마련해야
사설 /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방만경영 철저한 근절대책 마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3.10.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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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감사원의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산업통상자원부 등 3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를 실시한 결과는 공공기관 모럴해저드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들이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에 의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채희봉 당시 가스공사 사장은 해외출장을 가서 고급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하며 1박당 26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황제 해외 출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선이 95만원인데 비해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우리를 아연하게 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일명 황제숙박이 가능했던 것은 공사 자체 ‘여비 규정’에 임원과 고위 간부의 해외 출장 숙박비를 무제한으로 허용하는데 문제가 있으며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이 해외 출장 숙박비 상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또한 한국농어촌공사는 필요성 검토나 보안조치 없이 지난해 8월 3급 이하 전 직원에게 노트북PC 5690대를 일괄 구매해 지급, 무려 76억6000만원을 사용했는가 하면, 도로공사서비스는 연봉에 성과급이 포함되어 있는 3급 이상 직원에게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3억5000만원 규모의 추가 성과급을 중복·일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보상 담당 차장은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실제는 사업지에 편입되지 않았으나 공사보상시스템에는 사업지로 잘못 등록되어 있는 필지에 자신의 부친을 영농인으로 허위 등록을 하는 방법으로 영농손실보상금을 신청해 8121만 원을 편취해 검찰에 수사요청해 기소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입학생이 정원의 30%인 직원 12명에 불과한 사내 대학인 LH토지주택대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원의 대부분을 퇴직자로 채용하거나 전문가 과정을 만들어 편법적인 인사운영 수단으로 활용하며 제 식구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은 전체 공공기관을 감사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어쩜 이번 감사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공공기관의 후진적 행태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자체 감사가 부실하고 정부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차제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내부 통제와 외부 감사·견제 장치에 대한 전면 개선을 단행, 더 이상 이런 모럴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 마련과 재정 건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