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실종
시정칼럼 /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실종
  • 최기복 논설위원
  • 승인 2023.1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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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복 논설위원
최기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누군가 이야기했다. 내로남불은 보편적 가치의 실종과 더불어 인간의 가장 간특한 이기지심으로 짐승사회만도 못한 미래가 엮어질 것이라고.

자본주의란 선의를 전제조건으로 한 상생과 발전을 기치로 하는 경쟁사회의 산물이다. 자본주의사회가 가지는 결점은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와 승자와 패자로 구분 짓는 순간부터 겪는 좌절로 패자부활의 여건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역의 양질화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개인욕심의 승화로 생산성을 높인다.

여기에는 룰과 최소한 갖추어야 할 도덕적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고무줄 잣대로 재단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약국에서 약사는 같은 값이면 마진 좋은 약을 권유하거나 추천한다. 산부인과 의사는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되뇌는 사람을 혐오한다고 한다. 성형외가 의사는 생긴 대로 살라고 하는 사람, 치과의사는 이(齒) 없으면 잇몸으로 살라고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한다. 장의사는 사람 죽기만 기다리고, 견인 레커차 기사는 자동차 사고만 기다린다. 찜찜한 표현 속에 인간성의 사악함을 촌철살인 한 표현이다. 자본주의의 실상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소아과 의사의 부족으로 응급 소아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다니다가 의사가 없어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망한 사례가 지상에 보도되고 있다. 의료보험이 세계적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대의 정원을 늘리게 하겠다는 관계당국을 향해 파업불사 쟁위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자신의 어린 자식이 의사가 없어 응급실을 맴돌다가 사망에 이르러도 그럴 것인가 묻고 싶다. 의사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환자들을 볼모로 집단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의사와의 대립, 간호사들과의 갈등 등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심심찮게 행해지고 있다. 저들은 최고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으며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볼모로 삼아 노동조합을 구성해 이익 집단화 하고 공무원이 국민들을 상대로 파업을 일삼는 나라가 되어 간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은 집단 파워도 없고 호소할 데가 없어서 자식들과 함께 집단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세상과 영원한 결별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전문직종으로 상류사회전문가집단의 의사들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당국의 고육지책에 반기를 드는 집단이기주의자들에게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기보다 차라리 앓다가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문에 쓰여 있는 한 줄의 경구를 인용한다. “그 어떤 때라도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즐겁게 의술을 펼칠 것이요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의사 선생님들은 존경의 대상에서 멀어져 갔고 즐겁게 의술을 펼쳐 보이기보다 점점 더 멀어져 갈 것 같다. 환자를 봉으로 보든가 돈으로 보는 의사 선생님들이 더 늘어 갈 것이요 인술을 통해 보람과 긍지로 인생을 즐기기보다 병원 건물 높이거나 수입 늘리는 일에 혈안이 되어 삶의 불행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있기에 의사도 있고 국민의 혈세가 있기에 국민모두가 의료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후배 의사들을 잘 키워 내고 환자의 충혈된 눈빛 속에 의사에 대한 믿음과 선망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지도층 전문가집단의 시위가 불신의 촛불을 점화하는 것이고 단말마적 발악으로 비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이는 탐욕과 인성 부재에서 기인한다. 의술은 인술이 돼야 하고 생명존중의 소명으로 무장돼야 한다. 합리적 대안으로 양보할 줄 아는 의사회의 지혜가 돋보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