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편애가 국가를 망쳐
시청앞 /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편애가 국가를 망쳐
  • 정칠석
  • 승인 2023.11.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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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故(고)로 諺有之(언유지)하되 曰(왈) 人莫知其子之惡(인막지기자지악)하며 莫知其苗之碩9막지기묘지석)이라 하니라. 此謂身不修(차위신불수)면 不可以齊其家(불가이제기가)라.

이 말은 大學(대학) 修身(수신)편에 나오는 말로써 ‘그러므로 속담에도 있다시피 말하기를 사람은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은 알지 못하는 법이며 자기 싹이 큰 줄은 알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것을 두고 자신이 수양되지 않으면 자신의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 수 없다고 한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인간관계의 첫 걸음이 부모·자식·형제·친척으로 이뤄진 가족 또는 집안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른 어떤 인간의 관계보다도 가까운 만큼 편애하는 것도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이기 쉽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부모의 자식 사랑이다. 자식의 잘못을 꾸짖는 이웃을 오히려 탓하는 부모, 자식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 주려는 부모, 자식의 출세를 위해 비리도 서슴지 않으려는 부모 등등 모두가 한치 앞을 못 보는 맹목적인 편애이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자식이 사회에 봉사할 리 없으며 그런 사람만이 가득 찬 사회에 화평이 있을 리 없다. 자기를 수양하는 것은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고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경영하는 것의 뿌리요 첫걸음이다. 자신이 수양돼야만 형제와 다툼이 없게 되고 부모가 돼 자식을 편애하지 않게 되고 자식이 돼 부모를 저버리지 않게 돼 집안이 가지런히 된다.

작금에 여야가 27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를 최종 마무리했다. 결국 예상대로 올해 국감도 별다른 소득 없이 국민들이 보기에는 허탈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국회가 민심을 대변해 791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예리한 감시와 비판 공세를 펼칠 것을 기대했지만 결국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정쟁으로만 일관하다 국정감사를 마무리해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견제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국회의 의무는 방기한 채 총선 눈도장을 찍겠다며 지역구 행사를 돌아다니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엄중한 민의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지 우리는 의구심을 지울 길이 없다. 국감은 여야 의원들이 서로 당리당략이나 정쟁이나 일삼는 정치 다툼을 벌이는 결전의 장소가 아니다. 이번 국감처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국민 신뢰를 잃고 만다. 여야는 국민의 혈세를 받고 정치를 하겠다면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