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생생상식 #67 에이즈 감염경로와 진단
건강칼럼/ 생생상식 #67 에이즈 감염경로와 진단
  • 윤종선 슈퍼맨비뇨기과 원장
  • 승인 2023.11.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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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슈퍼맨비뇨기과 원장

[시정일보] 본원에서 에이즈 진단을 받은 환자의 주된 방문 경위는 몸의 반점이 나타나서 때문이다. 물론 불특정 다수와의 성관계, 동성 연애, 항문 성교 등 의심이 갈 만한 행위가 있었던 것을 전제로 한다.

국내에서는 1985년 처음으로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그 해에 3명의 환자를 시작으로 계속 환자가 발생해서 최근에는 10년 이상 10,000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진단되었다.

2017년 에이즈에 감염된 국내인은 12,320명으로 남성 93.0%(11,458명), 여성 7.0%(862명) 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은 특히 젊은 층에서 급속한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한 해 신규 확진자 975명 중 20~30대가 전체의 66.2%를 차지한다.

에이즈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이라고 하는데, 인간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의해서 인체가 감염이 되고 면역체계가 파괴되는 질병이다. 쉽게 말하면 감기만 걸려도 병원체를 이겨내지 못 하고 사망하는 20세기 흑사병이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에이즈(AIDS)’라는 용어와 ‘인간면역 결핍바이러스(HIV)’이라는 용어를 혼용한 것은 약간의 의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또는 헌혈 후 HIV 감염 의심 판정을 받은 경우는 병원에 내원하여 확진을 위한 정밀검사를 받으면 된다. 이후 HIV 감염으로 확진되었더라도 무증상인 경우는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이것은 신체에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들어와 있다는 의미이고, 이 바이러스가 증식하여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에이즈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증상은 HIV에 감염된 후 약 4주의 잠복기가 지난 후 감기와 비슷한 몸살이 온다. 이러한 급성기가 지나면 증상이 없는 수년간의 무증상 잠복기에 진입한다. 이러한 잠복기 동안에 바이러스는 인체의 면역계를 파괴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감염증을 유발한다. 비뇨기과적으로는 외부 생식기 주위의 궤양, 신장 및 요관염, 방광 및 요도염, 전립선염, 고환 및 부고환염, 결핵 등이 발생한다.

감염경로는 성접촉, 수혈, 산모에서 태아로의 수직감염이다.

이중 성접촉은 감염의 주된 경로이고, 수직감염 확률은 약 30% 이다.

동성애자의 콘돔없는 항문성교는 에이즈 감염의 일차적인 형태이다. 이성과의 성교 역시도 같은 위험에 노출된다. 무엇보다도 항문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성행위도 에이즈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흔하지 않지만 구강성교는 에이즈의 감염경로이며, 깊은 입맞춤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 구강내의 상처를 통한 감염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에이즈 환자의 혈액, 타액, 정액, 눈물, 모유, 소변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빰 등에 입술을 대는 가벼운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에이즈 환자와 한번의 성접촉으로 감염될 확률은 질내 삽입은 0.04%, 항문 삽입은 1.38% 이므로 항문 성교가 훨씬 위험하다.

진단은 선별검사와 확진검사를 한다. 두 검사에서 모두 양성이 나오면 전염력이 있다고 판정한다. HIV에 감염되고 인체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6주 정도가 걸리므로 이 시기에는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최근에는 검사 기법이 발전을 하여 4주에도 확진을 한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성관계 직후, 6주, 12주 , 24주에 한다.

국내에는 ‘에이즈 예방법(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있다.

요약하면 에이즈에 걸린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파 매개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 시에는 최대 징역 3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해당 처벌 조항이 에이즈 감염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합헌 판정을 결정했다.

“에이즈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 감염인의 사생활 자유가 제약되는 것보다,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의 달성이 더 중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학적 치료를 받아 에이즈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상대방에게 이를 알리고 한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면서 처벌 조항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에이즈에 걸리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HIV에 감염되었다면 마냥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 현재 에이즈로 인해 파괴된 면역계를 완전 원상회복 시킬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그렇지만 이 바이러스가 피 속의 백혈구에 감염되어 파괴시키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여 바이러스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약을 사용하면 된다.

바이러스의 역전사를 막는 AZT 약제와 여러 가지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어 병용투여 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에이즈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감염자들을 멀리 하고 경계를 한다.

일반인은 만나서 대화하고 식사하고 간단한 스킨쉽만으로 감염될 거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에이즈 환자의 수술 집도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에이즈의 감염과 예방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감염경로는 성관계이므로 불특정 다수와의 성접촉을 피해야 하며, 비정상적인 체위나 위험한 성관계 시에는 콘돔을 착용해야 한다. 콘돔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천하는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법이다.

타인의 면도기, 칫솔, 손톱깍이는 같이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에이즈 환자가 쓰던 컵, 이불, 의복 공동사용, 같은 사우나와 수영장 이용, 환자가 조리한 음식을 먹는 것 등은 문제가 없다.

23년 12월 01일은 36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에이즈는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젊은 층의 에이즈 예방,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스러운 성관계 후에는 성병 검사를 꼭 받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