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광장/ 중국어를 배운 기쁨
인문학광장/ 중국어를 배운 기쁨
  • 임 안 섭 전 광주문화예술회관관장
  • 승인 2023.11.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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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안 섭
임 안 섭

[시정일보] 나주시와 광주광역시에서 다난했던 공직생활을 무난히 마감하고, 지금은 퇴직공무원 친목 단체인 행정동우회에서 봉사활동을 겸한 사무총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금,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를 얻어본다.

모든 공직자가 염원하는 사무관 직위라도 승진해 볼 요량으로 불철주야 업무에 전념하던 시절에, 주위 동료들에게서 많이 듣는 얘기는, 중국의 만리장성은 엄청나고, 천안문과 자금성은 경복궁과 비교할 수는 있는 규모요, 장가계, 황산, 계림의 산수풍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나다는 중국 여행 다녀온 자랑들이었다. 평소 중국의 장구한 역사 문화와 광활한 대륙의 자연경관을 익히 짐작하고 있는 나로서는 귀가 확 뜨이는 자랑단지로 들렸다.

그럼 필자도 중국 여행을 가 봐야겠다고 다짐할 즈음 사무관 승진에 이르렀고, 사무관 직위에 익숙해질 무렵, 주위 동료들을 따라서 시청 중국어반 입문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시청 중국어 담당 통역사 정규수 선생으로부터 그야말로 열심히 앞장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1년여 동안 집중한 중국어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초급과정을 잘 소화해 내는 동안, 새로 부임한 김혜문 선생이 우리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고,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하는 나를 보고 격려해주면서, 광주광역시와 우호 도시인 중국 우한시(武漢市)에 중국어반을 인솔해 다녀오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 결과 중국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하늘을 나는 듯 환호하고서, 우호 도시 친선 방문 단장의 중책을 맡아 중국어반 희망자 15명을 인솔하여 공무 출장으로 우한시를 다녀오게 되어 중국 여행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중국어를 배운지 1년 후, 난생처음 중국 여행으로 간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에 도착하여 공항으로 영접을 나온 우한시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시청 방문과 시내 관광을 마치고, 때마침 12월 24일 성탄절 이브의 추운 겨울에 우리가 홈스테이 숙소로 정한 아파트단지(百步停) 주민들의 환영 공연을 마치고, 1가정에 1인씩을 배정하여 2일간 홈스테이하게 되었다.

나 홀로 배정받은 가정은 중학교 교사로 퇴직하여 연금을 받으며 여유롭게 사는 가정이며, 노모와 친고모를 함께 모시고 사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거실에 앉아 정담을 나누다 보니 짧은 중국어 실력은 금방 바닥이 났고, 나중에는 한자 실력을 총동원한 필담으로 대화하게 되었지만, 소통에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을 무렵,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 집 식구가 모두 방한복 외투를 입고 앉아있어 의아해했는데, 잠자리에 드니 웬걸 도저히 추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른 동료들이 함께 있다면 이야기라고 주고받을 텐데, 각자 1명씩 배정받은 처지에, 또한 초급 실력의 동료들은 어찌하고 있을까 걱정도 되어 전화 연락하니 자기들도 모두 춥다고 한다. 방한복에 양말까지 두 켤레 껴 신고 겨우 잠을 청하는데 도저히 추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화장실 위에는 전열기만 하나 있을 뿐 낮은 실내 기온으로 용변과 샤워도 불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長江(양쯔강) 이남은 가정에 난방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이틀을 같은 모양으로 잠을 잤으니 그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 후로 귀국하여 홈스테이 당시의 추위에 떨었고, 생활용품이 풍족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 기회가 되면 각종 생활용품이며, 발열내의를 비롯한 방한 의류 등을 푸짐하게 보내 주곤 했는데, 그래도 순수한 인심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주던 그 집 식구들 과는 지금도 위챗(웨이신)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살피고 지내고 있다.

공직에 재직하면서 열심히 앞장서 공부를 한 덕분인지, 중국어 학습반의 대표 역할을 하면서, 동료들을 안내하여 5년 동안 우한(武漢), 뤄양(洛陽), 광저우(廣州), 류저우(柳州) 등의 대도시를 순방하면서 광주시를 알리고 한국을 선양하는 방문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서 중국어를 배우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중국 노래를 배우며, 당시 유행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익혀 현지 주민,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K팝 문화를 전하기도 하였다.

기왕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으니 실력향상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쌍촌동에 있는 공자학원에 등록하여 중국에서 온 유학생 교사들로부터 퇴근 후와 공로 연수 기간에 수강하여 HSK 4급과 5급 자격증을 연이어 취득할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 중국 현지에서 온 교사들과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교사들은 중국에서 대학원 졸업 6개월을 남겨두고 선발되어 1년 동안 공자학원에서 교사 생활하게 되는바, 대부분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아, 항상 한국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나는 중국에 관심이 많던 아내의 협조를 받아 함께 교사들을 접대하고, 식사와 주변 여행, 명절에 집으로 초대하기 등 교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담임선생님과 이어서 담임의 룸메이트, 그들의 전입 동기 등 인원을 차츰 확대하다 보니 이제는 7명과 함께 어울리게 되어, 식사를 함께할 때나 바닷가를 비롯한 도내 여러 곳 여행을 함께 할 때도 나와 아내의 차량 두 대를 움직여 안내할 정도였다.

그들의 가족이나 친지들이 중국에서 올 때면 더 많은 사람을 함께 만나, 아내와 함께 이동 편의와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의료서비스의 안내자가 되어 주는 등 애로사항을 도와주고 친교를 쌓아 왔기에, 아내도 보람을 느끼며 이후로 열렬한 중국 팬이 되었다.

시장에 가면 제철 과일과 음식을 상자로 구매하여 유학생 숙소로 보내 다 함께 나눠 먹도록 해야 할 정도가 되었으며, 따로 옷도 사주고 선물도 두루 챙겨주는 등 중국어를 사랑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더불어 항상 앞장서 협조해준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뜻을 전한다.

때론 1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나주에 소재한 중흥리조트를 빌리고, 모든 음식을 준비하여 송별연을 함께하기도 하였는데, 그들은 리조트(중국은 度假村 이라고 함)는 처음 접한 경험이라서 감격하였고, 그때부터 교사들은 우리 부부를 ‘한국의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또한 문화예술회관 관장 재직 시절에는 각종 공연에 이들을 초대하여 찬사를 받았고, 특히 발레공연 관람할 때는 처음이라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교사들은 각각 1년씩 근무를 마친 후 귀국하여 6개월 지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의 전역에서 모범적으로 직장생활하고 있으며, 결혼하여 가정을 갖고 엄마가 되어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가 하면, 우리가 중국에 여행하러 오시면 안내해 주겠다고 말하는 열렬한 한국 팬이 되어 있다.

2016년 3월 초 밤 9시경 아내와 함께 고향인 나주에 들러 일을 마치고 광주 집으로 향하던 도중에 위 7명 교사 중 한 명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광주에 처음 온 사촌 동생이 터미널에서 여행용 가방을 분실했다는 연락이다.

급히 터미널에 달려가 상황을 들어보니, 장가계로 유명한 중국 후난성 창사(湖南省 長沙)에 소재한 호남대학교서 한국에 처음 온 사촌 동생은 우선 누나를 만나는 반가운 마음에 가방을 망각한 채 집으로 향했고, 집에 가서 보니 가방을 안 가지고 왔더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화물칸에 남아있던 가방은 버스 기사가 내려 하차장에 놔뒀다 한다. 인천발 광신고속 차고지에 들러 CCTV를 확인하고, 다시 광천터미널에 돌아와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분실물 보관소에 보관 중이던 가방을 무사히 찾아준 일화가 있다.

당시 남도일보(2016년 3월 15일 자) 지방신문에 미담으로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 학생은 유학을 위해 서적과 여권, 금품 등을 가방에 두고서 발을 동동 구르며 당황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며, 중국에서는 지키고 있는 가방도 잃어버리곤 한다 그

그런데 한국에서는 방치된 가방이 그대로 있었고, 누군가 신고하여 보관소에 보낼 정도로 수준이 높고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그 학생에게 우리 부부는 치맥을 사주며 안심시키고 위로해 준 적이 있었고, 건축공학을 전공한 그 친구는 지금도 고맙다는 웨이신 소식을 전해오곤 한다.

2023년 초 한․중서법교류회로 부터 중국과의 서예 교류전에 조선의 천재 시인 임제(林悌) 선생의 시(詩)를 소재로 하여 서예 작품을 전시하고자 하는 문의가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문중회의 동의와 종원의 협조로 백호공 선양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1,000여 편의 작품 중 180편을 선정해 한국의 서예가들이 작품화하여, 전주와 광주 전시회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2023년 8월 5일부터 한 달간 중국 광동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필자는 백호 공 문중의 도유사로서 백호공 종손 일행과 함께 중국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하여, 당당히 축사하는 등 나주임씨와 선조 백호공에 대한 선양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는 물론 평소 익힌 중국어 실력을 활용하여 축사도 하고,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교류와 친교 활동을 통해 선양 활동을 무난히 할 수 있어 뿌듯하였다.

어쨌든, 평소 광활한 중국의 오랜 역사․문화와 자연경관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중국어를 어느 정도 익힌 상태여서, 퇴직 후 중국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국 각지의 명승지를 중심으로 여행을 많이 다녀왔다.

그러나 아직도 가보고 싶은 도시와 지방이 많다. 지난 3~4년 동안 코로나 발병과 양국의 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의 문화와 자연 풍광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실정이며, 지금은 다소 여행 기회가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이전처럼 활발히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그동안 열심히 익혔던 중국어는 안 쓰면 매번 잊어버리는 외국어 특성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2022년부터 광주시 산하 ’일가정양립지원센터’에서 매주 2회 복습 수강하면서 중국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기를 고대하며, 시청에서 함께 중국어를 배웠던 동료들과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며, 여건이 허락되면 함께 여행하기로 다짐하며 우정을 교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