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광장/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의미
인문학광장/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의미
  • 임 종 니 전 국방연구원 부이사관
  • 승인 2023.11.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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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종 니
임 종 니

[시정일보] 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Maryland)주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에서 한국, 미국, 그리고 일본 3자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2023년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Joe R. Biden, Jr.) 대통령의 초청으로 성사되었다.

1953년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대통령이 자신 손자의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로 명명한 이곳은 1959년 미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1978년 중동 평화협정 중재 등 냉전기의 주요한 외교적 결정이 이뤄진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의 3자 회담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과 상징성을 강조했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다자회의 틀 속에서 진행된 이전 회의들과 달리 한미일 3자만을 위한 첫 단독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이자 협력 이행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협력 원칙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공동의 위협 대응 조치에 관한 한미일 협의 공약 등 3개의 공동 문건에 합의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협력의 방안, 원칙,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됨으로써 협력체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먼저 •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한미일 협력에 관한 기준을 담았다.

1999년 3자 대북정책 조정 감독 그룹(TCOG), 2014년 3자 정보공유협정(TISH) 등의 과거 한미일 협력은 이번 정상회의와 달리 3국 정상 간 협력 원칙에 관한 소통과 합의가 부재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통해 3국 협력의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지속성 강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원칙의 서두에서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공동의 규범과 가치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함께 증진함으로써 역내 평화와 안정 촉진이라는 목적을 이룰 것임을 강조했다. 협력의 범위와 의제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인도-태평양 차원에서는 아세안, 태평양 도서국, 북한, 중국, 경제, 기술 등 도전 및 기회 요인에 대한 3국의 협력 기준을 마련했다. 한미일은 협력의 최우선 순위로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의 원칙을 명시했다. 3국 정상은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했고, 인권 및 인도적 사안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과 양안 문체의 평화적 해결을 재확인했다“ 인도-태평양에서의 기회 요인으로 한 미·일은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과의 협력을 명시했다.

이 두 지역에서 한미일의 원칙은 “아세안의 관점”과 “태평양' 방식을 연계하여 협력을 이룬다는 것이다, 한미일이 인도-태평양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두 지역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차원에서 한미일은 국제연합(UN, 이하 유엔) 헌장. 주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세계 안보 보장을 모색한다고 명시했다.

한미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이자 책임감 있는 국가 행위자로서 국제협력의 근간인 유엔 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핵확산금지조약의 당사국인 한미일은 비확산에 대한 공약과 함께 핵무기 없는 세계달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확인했다.

특히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함께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미일은 협력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3국의 결속력을 다지는 동시에 한미일 협력이 세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이로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관련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한미일은 남중국해에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대 및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비규제 조업 등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를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동안 한미일 차원에서 언급한 중국 관련 내용 중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성과로는 인도-태평양 시대에 들어 가장 핵심적인 협력체를 탄생시켰는데, 3자 협력의 제도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연례적 회의 개최를 약속했다. 정상회담을 비롯해 3국의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연례회의 개최 공약에는 3자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겠다는 한미일 정상의 굳은 의지가 내포돼 있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안보협력체를 구성했다. 한미동행과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안보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질서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며, 한미일 각국 또는 3국 차원에서 제기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한 신속한 협의 기제를 탄생시켰다.

이번 3자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발전 방향과 방법이 제시되었다. 이제 한미일 3국은 각 분야 및 주제별로 실행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첫째, 협력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3자 협력 발전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여러 회담의 연례화 계획을 효율적·효과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둘째, 대북정책 공조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미일은 3자 차원에서 대북정책 공조 실행방안 수립에 매진하고 있으나 향후 미국과 일본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3자 협력을"인도-태평양 지역 내 각종 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 기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북한 비핵화, 도발 억제, 인권 상황 개선 등 북한과 관련된 사안 해결에 관한 세부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는 반드시 연내에 구성되어야 한다.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는 지난 11월에 합의된 의제로써 3자 협력의 핵심 기재가 될 것이다.

셋째, 협력을 위한 3자 간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신흥 핵심기술과 관련된 공동연구에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과학기술 혁신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외교·안보·국방 차원에서도 향후 3자 협력의 의제 선정 및 식별을 위해 정부, 국책연구기관 등을 포함한 1.5트랙 차원에서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에서 규칙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 및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협력체의 일원이 되었다.

이제는 3자 협력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동성명에도 명시되어있듯이 우리 앞에 놓여진 기회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기회를 붙잡은 것이다. 우리 스스로 쟁취한 한미일 3자 협력의 기회를 토대로 대한민국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달성 하는 데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에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제질서 및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하는 ‘안보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 협력 추진 시, 현재 미일 양국의 대중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의 유지가 상호 양립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일 양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역내 각종 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 기제로 활용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3국 간 통합된 억지력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 협력 추진 시 일본과의 전략적 연대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동 연대는 미중경쟁을 완화하는 동시에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여정책을 유지/강화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의 신뢰성을 제고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