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지나간 과실 뉘우쳐 다가올 잘못을 경계해야
시청앞 / 지나간 과실 뉘우쳐 다가올 잘못을 경계해야
  • 정칠석
  • 승인 2023.11.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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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圖未就之功(도미취지공)이 不如保已成之業(불여보이성지업)이요 悔旣往之失(회기왕지실)이 不如防將來之非(불여방장래지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을 꾀하기보다 이미 이루어 놓은 일을 잘 보전하라. 지나간 과실을 뉘우치는 것으로 다가올 잘못을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격언에 사람은 과실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과실을 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인간의 태어남 그 자체가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말일 수도 있다. 우리들의 살고 있는 주변을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많은 과실을 범하며 사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법이란 것이 만들어지고, 다시 형벌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으며, 거기에 양산된 죄수 혹은 전과자 등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하면 어쩌면 법이란 것이 만들어진 자체가 과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숱한 생각을 하는 중에서 때로는 잘못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저지르는 과실 중에서 가장 큰 과실이 자기 자신의 과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일 것이다. 가장 좋은 술에도 찌꺼기가 있는 것처럼 가장 성실한 사람의 삶 속에서도 쓰레기는 있을 수 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듯 과실에 대한 뉘우침도 있지만 재활용 할 수 있는 뉘우침의 과실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자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작금에 들어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이 총선 1년 전까지지만, 거대 양당은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내달 12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더라도 정작 출마하는 예비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선거구도 모른 채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하는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총선 직전인 2019년 12월 여야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 확대를 명분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이에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 획득을 위해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소수 정당을 배려하겠다며 만든 선거제를 악용해 오히려 양당 구도를 더욱 심화시켰다.

현재 봇물 터지듯 나오는 신당 논의도 위성정당 창당이 용이한 현행 선거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엉터리 선거법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여야 모두 개선을 약속했으나 내년 4·10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의 기본 룰인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언제 할지 기약조차 없다. 이런 식으로 선거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선거일이 임박해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라 선거구를 손보는 게리맨더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키우고 반칙을 정당화하는 꼼수 위성 정당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 된다.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정개특위를 조속히 재가동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사표를 줄이며 비례성을 강화해 거대 양당 정치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개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