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행정전산망 마비,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사설 / 행정전산망 마비,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23.11.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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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정부의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민원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이 장애를 빚으며 정부의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까지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가 된 정부 행정전산망은 전국 공무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전자정부 핵심 시스템이다. 이에 지자체 공무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국민들은 주민등록등·초본을 비롯 인감증명서 등을 제때 발급받지 못해 부동산 계약이나 금융 거래 등을 못하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사상 초유의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라는 혼란 속에서 일 처리는 그야말로 미숙하기 그지없었으며 민원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 고지와 정상화는 언제 가능한지 등에 대한 안내문조차 없었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일단 유사시 비상 매뉴얼도 없이 민원 업무가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가 이틀간 점검 끝에 찾아낸 장애의 원인은 새올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의 이상으로 해당 장비를 교체한 뒤 서비스가 정상 재개됐다고 밝혔다.

국가의 주요정보시스템이 장비 하나의 고장으로 인해 먹통이 됐다니 정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관리 부실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사고 전날 밤 통합전산센터 서버의 보안 패치를 업데이트한 이후 오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국가기관 주요 서비스의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정부 데이터센터이다. 더군다나 사태 발생 후 디지털 정부의 핵심 기구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신속한 복구는커녕 사고 즉시 명확한 원인조차 곧바로 알아내지 못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핵심국정과제로 추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란 위상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번 국가기관 전산망 마비로 그 명성이 무색해졌으며 디지털 강국의 면모가 그간 내실 없이 쌓아온 허상은 아니었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차제에 정부는 전산망 서버의 백업 관리 등 데이터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고 오작동에 대비해 비상 매뉴얼을 정비하는 등 신속한 복구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전산망 장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문책은 물론 전산망 장애 발생시 보안시스템의 가장 기본인 대체 서버가 즉시 가동되도록 하는 등 서버 관리의 허점을 철저하게 보완해 견고한 대응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