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가정윤리의 실종이 주는 경종
시정칼럼 / 가정윤리의 실종이 주는 경종
  • 최 기 복 논설위원
  • 승인 2023.11.23 10:30
  • 댓글 0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초등학교 교실에서 편부나 편모와 사는 학생들의 숫자가 1/2 이상이다.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그 숫자는 증가한다. 청소년보호감호소의 보호감호중인 청소년들에게 너희들은 출소 후에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져 본다. 머뭇거리다 작심한 듯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 중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는 청소년이 있다. 패륜살인은 가족 간의 살인 행위다. 가끔씩 지면을 장식하는 젊은 살인마들의 행태중 무차별 살인이나 이유없는 살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뜨겁게 달군다. 이들의 성장배경에는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결손가정이거나 부모의 성격장애나 가정 불화속에서 자란 기형적인 성격 형성이 사회적 이단아를 만드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교육은 모태부터라고 강변한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형성된 사랑은 지적 수준을 벗어나 이지적이고 합리적이다. 보편적 가치에 기준을 둔다.

부모는 보편적 가치실현을 위해 모범을 보이고 약속을 이행한다. 대다수가 3대가 함께 산다. 조부모세대와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일가를 이룬다. 이는 조부모세대의 경륜과 경험을 중시하고 부모세대의 상경하애 정신을 중심으로 자신의 세대가 도전하는 미래의 길을 제시해 준다. 더해 민족공동체에 대한 철두철미한 자존의식으로 말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정신영역의 DNA를 구축한다. 그들의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들을 주입시켜 오늘의 이스라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모태교육,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같은 맥락에서 혼연일체로 길들어지고 훈련되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남과 북이 주적으로 총뿌리를 겨누고 있다. 일제의 식민노예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36년 간의 수탈과 탄압의 고통을 받았다. 더해 2천만 민족중 1천만 이산가족을 잉태한 6·25전쟁의 참상을 겪었다. 그 참상의 아픔을 딛고 경제대국으로, 무역국가로 신흥문명국가로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지만 국민의 국가관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행복지수 또한 최하위다. 저출산국가로 악명이 높고 자살율도 13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 국방의무를 해태하고자 하는 청년층의 마음가짐에 놀라고 오로지 돈과 권력의 추종을 위한 천민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이는 일부 학부모들의 과잉 자식사랑에 대한 내로남불에 놀라고 결혼이 필요 없다는 80%의 미혼 여성들에게 놀라고 사사건건 정적들의 힐난과 물어 뜯는 당쟁의 극심한 사태에 놀라고 이혼을 여름날 냉수 마시는 것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고에 놀라고 이를 보편시하는 국민들의 시각 변화에 놀란다.

특히 은혜를 나 몰라라 하는 풍조가 만연 되면 사회가 짐승만 못한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락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짐승은 약육강식의 룰에 길들여져 있지만 모성본능은 인간만 못지아니하다. 인간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두뇌에는 영특함과 간특함이 있다. 시기와 질투가 있고 오만과 독선이 있다. 그리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선(善) 지향적인 인간의 두뇌로 바꾸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알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줄 알고 사양을 통해 양보할 줄 알고 보다 겸손할 줄 아는 동물과 다른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본능과 이성이 병존하는 보편적 가치 지향이 실종되어가는 모습들이 우리를 아연하게 한다. 가정윤리란 부보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국가윤리는 나라가 나라다워야 하고 국민은 국민다워야 한다. 부모의 은혜, 자식의 도리가 실종되면 가정은 파탄나고 가정윤리는 실종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