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행복해진다
나누면 행복해진다
  • 임종익 (사)노인의 전화 이사
  • 승인 2023.11.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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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익 (사)노인의 전화 이사
임종익
임종익 이사

[시정일보] 해처럼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는 웃음이 폭죽처럼 터지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한다. 추운 겨울, 더욱 춥고 외롭게 보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사회정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극단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하여 계속 확인되고 있다.

사회정책의 성숙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누가, 왜, 그렇게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인가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 즉 사회취약계층, 저출산·고령화 문제, 사회 양극화 등은 정부 예산만으로는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민간자원의 동원이 절대 필요하다.

아무리 복지제도가 발달한 나라라 할지라도 이웃 간의 오가는 따뜻한 정이 없으면 삭막한 사회가 되고 만다. 이웃 간에 서로 나누는 문화가 널리 존재하는 가운데 정부의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진정한 복지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기 돈과 시간을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는 문화는 선진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이러한 나눔 문화야말로 물질과 시간을 자발적으로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면서 계층과 계층 간의 장벽을 허무는 진정한 사회통합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눔의 문화 없이는 사회통합이 있을 수 없으며 갈등 구조가 심각한 사회는 복지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기부활동은 살맛 나는 사회로 만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기부문화와 자선활동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를 들면, 2차 대전 후 미국에서 카네기, 록펠러, 포드 등이 사업으로 축적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드는 모범을 보였다.

최근 세계 최고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 빌 게이 (Bill Gates, 1955년 10월 28일~ )와 미국의 기업인이자 투자가인 위헌 버핏(Warren Buffett, 1930년 8월 30일~ )회장 역시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재벌들은 무관심할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로 사회 양극화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가진 자들의 기부문화를 통해 이웃사랑을 나눌 수 있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 사회통합도 가능해질 것이다. 앞으로 사회가 어려울수록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가 절실하며,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필수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이 말은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나눔’이 화두다. 정치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복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나눔이라는 단어가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복지와 나눔의 남발로 국민은 이들 단어에 피로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실천 없는 공약(空約)의 남발을 비꼬는 것이다. 하지만 나눔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행복이다. 희망을 얘기하던 2023년이 저물고 있다. 연말이면 외로움과 추위를 더욱 느끼는 이웃에게 필요한 것은 ‘나눔’이다. 따뜻한 연말을 나기 위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나눔이란 단지 어려운 이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시혜적 행위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행복 투자이다. 공동의 행복 투자는 우리 사회를 성숙한 사회로 이끌어 갈 수 있고, 자신을 성장시키며 행복을 선물한다.

유한한 지구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공동체 삶 속에서는 결국 타인과 세상에 관한 관심과 배려, 나눔과 협력의 지혜가 행복한 삶의 필수 요소가 된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삶이 복지이듯 나눔은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중한 실천이다.

어쨌든 기부는 돈이 많고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함께 나누는 재능 기부자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는 것을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기부 천사’가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사례이지만, 전북 전주에 사는 한 기부 천사의 선행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가 12년째로 나타나 1천만 원을 올해도 어김없이 동사무소에 놓고 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경남 밀양 익명의 기부 천사가 20kg 쌀 30포를 하남읍 행정복지센터에 보냈다. 무려 12년째 매해 직접 재배한 쌀을 기부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기부자는 "매년 겨울이 되면 어렵게 지내는 이웃들이 생각나 지나칠 수 없다" 며 "직접 농사지은 쌀로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라고 했다.

기부자들의 겸손하고 자연스러운 기부 모습은 마치 일상 속의 영웅 같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행복을 나눠주는 기부 천사가 더러 있기에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새로운 기부문화로서 다가오는 재능 기부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적 재능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인데, 실제로 당사자 간의 주고받는 접촉을 통한 상호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위해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눔이 곧 행복이다.’라는 가치 하에 기부의 필요성과 긍정적 효과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인식 제고를 위한 준비로 나눔에 대한 교육과정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부의 생활화를 위한 나눔 교육이 어려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눔이 곧 행복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