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저출산 대응, 저소득층 집중 지원·일과 육아 양립 정책 확산 필요
사설 / 저출산 대응, 저소득층 집중 지원·일과 육아 양립 정책 확산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23.11.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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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저출산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다양한 영유아 보편 지원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2013년 0~5세의 보육료와 유아 학비를 전면 지원하는 한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등원하지 않는 모든 영유아에게 가정 양육 수당을 지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9년부터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아동이 있는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2023년부터는 0세 아이를 둔 가정에 월 70만원, 1세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0~1세 아이를 양육하는 가구에 월 30만원(어린이집 이용 시 월 50만원)씩 제공하던 영아수장을 사실상 확대 개편한 정책이다. 9월 국무회의에서 내년부터 부모급여를 각각 100만원(0세)과 50만원(1세)으로 확대하는 아동수당 법 시행령도 의결됐다.

정부가 인구대책 대안으로 영유아 가정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19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하락을 거듭해오다 올 상반기 0.76명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보편적 현금 지원정책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의 의뢰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진이 작성한 ‘저출산 정책평가 및 핵심과제 선정연구’ 보고서 역시 현금 지원정책의 명확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2002~2021년 건강보험 데이터를 토대로 전체 건보 직장 가입자의 소득 수준을 5분위로 나눴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산지원금이 소득 분위별 합계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4분위(소득 상위 21~40%)의 P값은 0.0001 미만으로 조사됐다. 통계적 유의성을 따질 때 쓰이는 P값은 보통 0.05를 밑돌 때 유의미한 변수로 판단된다. 반면, 소득 1분위(상위 20%)는 물론 3~5분위(상위 41~100%)의 P값은 0.60~0.95 사이에 분포하는 등 통계적 유의성이 매우 낮았다. 일부 중산층을 제외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는 출산지원금과 출산율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문제해결 방안으로 저소득층에 현금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시사하고 있다. 현금 지원이 1000만원이 넘으면 출산율 제고 효과가 줄어든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시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오히려 부부 출산 기여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타났다. 또 다른 문제해결 방안으로는 육아휴직 제도를 확대하는데 집중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더 나아가 남성 육아휴직 확대도 필요하다. 결과론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보다는 일과 육아의 양립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