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이익에만 사로잡혀 분수를 넘어선 결코 안 돼
시청앞 / 이익에만 사로잡혀 분수를 넘어선 결코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3.11.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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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寵利(총리)는 毋居人前(무거인전)하고 德業(덕업)은 毋落人後(무락인후)하며 受享(수향)은 毋踰分外(무유분외)하고 修爲(수위)는 毋減分中(무감분중)하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은총과 이익에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은 남의 뒤에 처지지 말라. 받아서 누릴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자기를 닦아서 행할 일에는 분수를 줄이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익만큼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이익에서부터 큰 이익에 이르기까지 아무튼 이익과 연관지어졌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간에 벌떼처럼 모여드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어떤 활동이라도 그것이 개인의 이익에 근거를 두지 않는 한 그 기반은 견고하지 못하다고 톨스토이는 말하고 있다. 심지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인 철학상의 진리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은총과 이익에 남보다 앞서지 말자는 이야기에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바보소리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그대야말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다음에도 바보소리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삶을 그만두는 게 좋다. 모든 은총과 이익을 남보다 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대는 그만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대보다 앞서서 이익을 취한 사람의 결과를 그대는 바로 뒤에 서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보기 전에 거기 숨겨진 화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라.

작금에 들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이 임박했는데도 여야는 국회에서 강 대 강 대립을 계속하며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12월9일까지도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미루다가 밀실에서 지역 사업 관련 실세들의 쪽지 예산 등 짬짬이 구태를 되풀이할 수도 있어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여야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의식, 선심 정책 끼워 넣기 등 국민 혈세를 매표에 동원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을 22일이나 넘겨 역대 최장기간 지연 처리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작금에 가뜩이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돼선 결코 안 될 것이다. 차제에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불투명한 내년 경제상황에 대비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히 삭감하고 서민·취약계층이 온기를 느끼고 삶의 버팀목이 될 민생예산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