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고조된 미·중 공급망 분쟁의 근본적 해법 찾아야
사설 / 고조된 미·중 공급망 분쟁의 근본적 해법 찾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23.12.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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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다시 요소수가 문제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중국이 한국으로 보낼 산업용 요소의 세관 통과를 4일 보류하면서 우려의 상황이 된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사들을 제외하는 ‘외국 우려 기점(FEOC)’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아예 냉전시대 대공산권 수출 통제기구인 코콤(COCOM)체제까지 거론하며 대중 견제를 역설했다. 이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주요 광물 강화에 견해를 밝혔다. 미·중이 지난달 정상회담을 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나 싶었다. 보름 만에 민감하게 대립의 태도를 보인다. 한국은 개방경제 체제에서 또 다시 시험대 위에 오른 것이다.

한때 97%에 이르렀던 중국산 요소수 비중은 수입처 다변화로 지난해 67%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90%대로 높아졌다. 현재 국내에는 3개월 치 요소수 비축분이 있다. 정부는 중국의 이번 조치에 정치적 의도가 없고, 국내 요소수 수급 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2021년 10월과 같은 ‘요소수 대란’이 오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반면에 중국은 이달부터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의 중국 흑연 의존도는 70%에 이른다. 기업들이 3~5개월분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하지만 문제는 흑연만이 아니다. 배터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는 망간 95%, 코발트 73%, 리튬 67% 등이다. 한·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방적 공급망은 중국의 볼모나 다름없다. 원료가 하나라도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다.

국내의 상황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4일 업계의 동향은 중국의 수출 제한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요소수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 경유차 운전자는 “기존에 1만3000~4000원 정도 하던 요소수 10리터 가격이 하루 새 2만원대로 올랐다”며 “대부분 판매업자가 가격이 오르기 전 받은 주문은 취소하고, 새로 오른 가격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소수 물량이 당장 부족한 것이 아니어서 판매업자들이 혹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는 말도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경유차는 954만 여대로 지난해 10월 말의 977만9550대보다 2.4%가량 줄었다. 지난 2020년 말과 비교하면(999만2124대) 4.5% 감소했다. 신차 판매에서도 올해 1~10월 새로 판매된 경유차 26만2334대로 전체의 18%에 그친다.

미·중 갈등은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이런 미·중의 갈등 속에서 독자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물론 독자적인 요인의 해소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요소수의 비중을 낮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며 대응을 하는 것이 대비의 답이 될 것이다. 중국의 원재료 공급물량을 확보하는 외교력도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