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광장/ 대파 한 단, 양말 세 켤레
인문학 광장/ 대파 한 단, 양말 세 켤레
  • 임 종 성 대전 대별공인중개사 대표
  • 승인 2023.12.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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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종 성 대전 대별공인중개사 대표
임종성 대전 대별공인중개사 대표
임종성 대전 대별공인중개사 대표

[시정일보] 의, 식, 주, 우리는 보통 생활의 3대 요소를 말할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마도 발음하기가 편해서 그렇게 말하는지는 몰라도 내 생각은 식, 주, 의라고 해야 순서가 맞을 거로 생각한다, 첫째 식은 안 먹으면 무조건 죽으니까 너무나 당연하고,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옷보라는 집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튼, 국가나 공공 기관도 의복보다는 주택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기관이 많다. 내가 대충 아는 주택이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기관만 해도 각기 다른 업무를 맡는 주택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이를테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하여 주택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연금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을 비롯한 각 지자체 주택도시공시, 국민주택채권, 국민주택기금 등이 있다.

그중 하나인 국민주택기금의 업무를 보면 주택건설 자금의 원활한 공급을 통한 주택건설 촉진 및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리의 주택자금 지원으로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1973년 1월 한국 주택은행에 “국민주택 자금계정„을 설치하고 운영해오던 공공주택자금을 1981년 7월 국민주택기금으로 별도로 설치하여 한국 주택은행에 업무를 위탁하면서 본격적으로 공공주택금융이 시작되었다.

재원은 자체재원(대출금 회수, 주택 저당증권, 이자 수입 등), 차입금(1, 2종 국민주택채권, 청약 저축), 정부 내 지출(정부 출연, 정부 회계 차입, 복권기금, 적립금 등)로 조달된다, 조성된 기금은 국민주택(분양주택, 임대주택)의 건설 지원, 주택구매 또는 전세자금지원, 국민주택건설을 위한 대지조성, 주거환경개선 등의 지원에 사용된다.

오랫동안(약 25년) 건축시공만 하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접고 야간에 학원에서 취득한 공인중개사 자격증 하나 믿고,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전혀 경험도 없이 희망을 품고 고향 선배한테 사무실 임차보증금은 물론, 준비자금 일체를 빌려서 2004년 초봄에 공인중개사업소를 개업하긴 했었다.

그런데 나를 아는 그 많은 사람 중에 잘할 그거라고 격려해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모두 다 염려해주는 사람뿐이었다, 역시나 사람들이 보는 눈은 정확했다, 체질적으로나 능력 면으로나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사무실 주위에 공용면적 43㎡(약 13평형) 규모의 275세대쯤 되는 임대 아파트가 있었는데, 이 아파트가 바로 민간업자가 국민주택기금의 자원을 받아 건축한 아파트인데 임대차 5년이 지나 분양을 시작하는 그런 아파트였다.

임차해서 살던 사람이 분양을 받을 수도 있고, 제삼자가 분양을 받아서 살수도 있고, 아니면 임대사업을 할 수도 있고~ 7월 중순쯤인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젊은 여자 분이 와서 자녀가 둘인데 집이 비좁아서 더는 살기가 곤란하다고 단독주택 전세를 좀 구해달라고 부탁하러 왔다,

마침 단독주택을 임차해서 살던 젊은 부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 처지인데 임대차 종료 기간이 안 돼서 자기들이 전대를 하고 가야 하는 집이 있어서 전세금 4천만 원에 집주인 당사자와 합의, 원만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4백만 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한 3일 후에 임대하기로 한 여자 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무실에 허둥지둥 오더니 “사장님 큰일 났어요. 아파트 분양사무실에 전세를 해지한다고 전세금 반환신청을 해야 하는데 자기들은 아무 때나 이사한다고 하면 전세금을 돌려주는지 알고 아무런 조치를 안 했더니 전세금을 돌려주는 접수가 다 끝나서 안 된다고 하니 어쩌면 좋으냐고, 4백만 원은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큰돈이라고 발을 동동 구르고~일단 알았으니 집에 돌아가시라 하고, 전대한 부부에게 연락했더니 곧바로 부부가 달려와서 큰소리를 쳤다.

“중개사가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하느냐고 노발대발하면서 자기들은 이사 갈 곳에 계약금을 치른 것은 물론 시설까지 완료해서 안 가면 안 되니 알아서 하라”고 하면서 휑~하니 가버리니 난감하기도 하고 수모를 당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집에 와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하니 집사람이 우리 처지를 봐도 “젊은 부부가 4백만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니 어떻게 능력 좀 발휘해서 손해를 안 보게 해보라고 해서 용기를 내서 돈을 빌려준 고향 선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전세가 해결되면 돌려줄 테니 3600만 원만 융통해달라고 부탁하니 자기는 지금 여유가 없고 다른 사람이 그런 좋은 뜻이면 빌려준다는 승낙을 받았다.

기쁜 마음에 먼저 전세의뢰인에게 연락했더니 뛸 듯이 좋아해서 한시름 놓고 있는데, 전대차 하는 부부가 찾아와서 전에와는 다르게 상냥한 어조로 지금 자기들이 이 집에 이사 온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고 왔으니, 사장님 잘못이 아니므로 그쪽은 그냥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 4백만 원은 자기들하고 반씩 나누자고 했다

그리고 임차한다는 사람한테 사장님이 중개보수를 받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과연 이 사람들이 나한테 수모를 안겨주던 그 사람들인가 싶은 것이 참 씁쓸~, 아니라고, 내가 임대차 잔금 3,600만 원을 당신들 임차 종료일에 틀림없이 돌려줄 테니 계획대로 이사하라고~ 이사를 못 하면 막대한 지장이 있으니 나보고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사장님 참 바보라고~ 사장님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2백몇십만 원이 그냥 생기는데 그런다고……. 우여곡절 끝에 전대하는 부부가 이사하고 집은 비어있는데, 아~ 이것 참!! 때가 지나서 그런지 임대는 좀처럼 안 되고~ 맡긴 돈인 양 4백만 원 언제 주느냐고 재촉은 하고~ 그러던 차에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모임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인간적으로 취지는 좋지만, 사정이 난감하겠다고 회원들이 위로도 해주었다.

그런데 회원 중에 전에 내가 건축사업 할 때부터 오래도록 절친하게 지내며 나하고 협력 업체였던 도배, 장판을 시공하는 회원이 나를 쳐다보면서 우리 집에 큰 현장에서 시공하고 남은 짜지 벽지가 남아있는데 집 전체(방 3, 거실)를 통일된 벽지로는 안 되지만, 방마다 다르게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는 날 부부가 같이 가서 무상으로 도배를 해줄 테니 밥이나 사달라고 하기에 감사해서 집주인에게 취지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라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친구 부부가 종일 도배는 물론, 장판까지 싹 바꿔놓으니 집이 한결 환하고 좋아서 그런지 얼마지 않아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고 추석 며칠 전에 이사까지 무사히 마치니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된 그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며칠 후에 처음 임대차계약을 했던 부부가 대파 1단을 가지고 내 사무실에 와 서너 무나 고맙다고, 남들은 어떤지 몰라도 자기들한테는 4백만 원은 너무나 큰돈이라고~ 남편 되는 사람이 무슨 학교인가 어디 실습농장에 다니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워 부끄럽지만 파 1단 들고 왔다고 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복 많이 받으라고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부부가 말투나 순진한 것이 지적인 면이 어딘가는 좀~,다음날 집주인 부인이 머뭇머뭇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양말 3켤레가 들어있는 조그만 곽을 주면서 너무 약소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임차인들도 좋으신 가족이 오셔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대파 한 단 양말 세 켤레~ 그해 추석 선물로서는 값을 떠나서 의미로 보나 어쨌든, 나에게는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이었다.

추석 때 가족들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가족들 모두가 참 잘했다고 박수를 쳤다. 지금 내가 남의 빚을 얼마나 지고 있는데, 잘했다고 손뼉을 치는 식구들이나, 나 자신이나 참~ 예나 지금이나 워낙 돈 버는 재주가 없고 게다가 버는 것보다 쓰는 데가 더 많은데도 가족들이 불평 없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고, 이제는 건강관리나 잘해서 가족들에게 짐이나 되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