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임무성 저,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서평 / 임무성 저,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
  • 논설위원 임춘식
  • 승인 2023.12.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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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성찰의 시간이 삶의 보람과 희망의 원천

 

임무성
임무성

[시정일보 임춘식 논설위원] 수필(essay)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이다. 그래서 수필이라는 갈래도 우리에게 퍽 익숙하다. 시(詩)와 소설에 못지않다. 그러나 수필이 어떤 글인지 경계를 지어보라면 막연해진다. 시와 소설에 견주어보면 더욱 그렇다. 어떤 글이 시(詩)고 소설인지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수필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짧고 자유롭게 쓴 글이다. 시나 소설을 살필 때처럼 또렷하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보면, 수필은 아직 우리에게 친숙한 글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수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따져 보면 그렇지 않다. 왠지 쉽고 가까운 듯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쨌든, 수필은 주로 주제나 주장을 다루면서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나 감정을 표현하는 비 소설적인 글쓰기이다. 수필은 주로 비형식적이고 열린 양식을 가지며,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 생각, 관찰, 감정, 가치 등을 담고 있다. 이는 수필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거나 독자에게 생각을 공유하고 자아를 찾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필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 일상생활, 예술, 정치, 역사, 철학, 사회 문제, 인간관계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이 수필로 작성될 수 있다. 수필은 산문적인 특성이 있어 문학 작품과 달리 시나 소설과 같은 형식적인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지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의 “개인의 경험이 문학 작품에서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한다. 자전적 글쓰기와 자전적 소설이 현대 문학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되며, 개인적인 체험과 생각을 통해 허구나 상상력을 넘어 실제 경험을 담아내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라고 한 말을 음미하며 수필을 쓴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의 수필집은 제5부로 ‘인공지능 시대의 수필은‘ 등 45편의 작품을 모아 ‘해드림 출판사’에서 출간하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수필 쓰기는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다. 또한, 늘그막 삶의 보람과 희망의 원천이다. 책 제목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은 이 세상에서 함께했던 소중한 분들에게 드리는 내 나름의 감사 인사이며, 참회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듯이 그는 자기 경험과 관점을 통해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이를 통해 자전적 수필을 주로 쓴 것이다. 이게 바로 수필이다.

또한 저자는 “글이 아름다운 표현이나 멋을 부리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생각과 사유의 혁신을 통해 좋은 글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저자가 문학 작품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아름다운 언어보다는 사고의 혁신과 사회 현상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드림 출판사(대표 이재욱)가 인용한 대표적 수필 ‘꼭두새벽의 폭죽놀이’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무당 문화와 현재의 사회적 상황을 비교하며 논의하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무당의 역할과 행위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며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인식을 풀어낸다.

과거에는 무당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불을 뿜는 등의 의식을 통해 악귀를 쫓는 굿을 했다. 이러한 전통적인 행사는 무당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에서 화합과 흥겨움을 가져다주었다. 무당은 화약 제조법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시골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 화약을 사용하여 악귀를 쫓는 무당의 모습은 고유한 문화로 기억되었다.

그러나 이 수필은 현재의 사회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자영업자의 문을 닫는 상황, 집값 상승, 물가 상승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의 고통을 강조한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와 국제정세에 대한 언급을 통해 국가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무당과 악귀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현재 사회 상황을 특징 짓는데, 이를 통해 저자의 관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의 사회적 분열과 이기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과거와 달라진 가치관을 강조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진짜로 악귀를 떠내려 보내면 온종일 쏘아댄들 실체가 크다고 합니다"라는 문장은 현재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한 어조로 끝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수필은 전통과 현대의 대비를 통해 사회적 변화와 문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무당의 역할과 악귀에 대한 비유를 통해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수필임이 틀림없다.

또한 다른 수필 역시 오랜 공직 생활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깃들어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의 복잡한 양상을 목도하고, 인간 심리의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해야 했던 작가의 숨결이 살아 있다. 특히 일상에서 마주하는 법과 정의, 도덕과 윤리에 대한 성찰이다.

어쨌든, 임 수필가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상황을 통해 이 작품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외의 복잡한 면모를 다루고 있다. 작은 사건 하나가 저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저자의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순간은, 인간 간의 소소한 연결과 배려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게 바로 수필의 맛이다.

임무성은 1944년 합천 출신으로 본관은 나주(羅州). 서울 성동고, 경희대 법학과를 거쳐 경찰대학 간부후보로 시작하여 경찰청 경무관, 대통령 사정‧민정비서실 행정관, 서울 성동경찰서 서장, 거창‧분당‧철원경찰서 서장을 끝으로 삼성화재 상근고문을 지냈으며, 요새는 ‘에세이스트작가회의’ 문우들과 어울리면서, 나주임씨 중앙화수회 부회장으로 문중사(門中事)에도 참여하고 있다.

수필집으로는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공저『 우리 기도할까요』등이 있으며, 틈틈이 짧고 자유스러운,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수필의 진미를 음미하고 있는 노익장 에세이스트이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