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마실’ 다니는 구청장
기자수첩 / ‘마실’ 다니는 구청장
  • 신일영
  • 승인 2023.12.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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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영 기자 sijung1988@naver.com
신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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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신일영 기자]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로 ‘소통’을 꼽을 수 있다.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의미로, 예전에는 영단어 Communication이 자주 사용됐다. 소통의 중요성은 역대 대통령들의 행보에서도 잘 나타난다. 어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토론을 즐겼고, 어떤 대통령은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국민과의 소통’에 할애했다. 각 자치구 역시 소통을 강조하고 소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구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실’ 다니는 구청장도 있다. 중랑구 류경기 구청장은 지난 2018년 취임 후 ‘놀러다니다’라는 뜻의 마실과 중랑을 더해 ‘중랑마실’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구민과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프로그램명에 ‘마실’을 넣은 것은 구민들로 하여금 부담을 줄이고 편하게 할말을 다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실은 구청장과 구민들이 격식 없는 대화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제기된 민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구청에서 마실을 진행할 대상을 정하기도 하지만, 10명 이상의 구민이 모여 구청에 신청해도 마실이 이뤄진다.

류 구청장은 취임 후 5년 동안 204번의 마실을 다니며, 6910명의 주민과 만났다. 구민들은 1057건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 중 923건이 처리됐거나 처리 중이다.

안전한 통학로를 위한 CCTV 324대 설치,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상봉동 먹자골목 조성 등 마실을 통해 중랑구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포츠 불모지나 다름 없던 중랑구에 중학교 배구부가 창단된 것도 마실의 힘이다. 중랑구에는 전국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한 면목초등학교 배구부가 있었지만, 중학교 배구부가 없어 3시간이나 걸리는 타지로 진학해야 했다. 2019년 6월 면목초에서 진행된 중랑마실에서 한 학부모가 중학교 배구부 창단을 요청했고, 구청과 교육청, 학교, 지역 국회의원이 한데 힘을 모아 2020년 6월 태릉중학교 배구부를 창단했다.

화랑마을 경로당 회원들은 10여년 전부터 경로당 기부채납을 희망했으나 소유자가 개인이 아니고, 건축 당시의 회원이 대부분 사망해 소유권 이전 등기가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2019년 1월30일 화랑마을 경로당에서 중랑마실을 열었고, 이날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기부채납 절차를 진행해 올 6월 복지ㆍ문화ㆍ일자리 지원을 아우르는 ‘화랑마을시니어센터’ 착공식을 가졌다.

소통의 시대, 마실다니며 소통하는 구청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랑구가 예산 1조원 시대를 열며 동북권 중심을 꿈꾸는 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