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청 앞 / 중은 치우치거나 모자라지도 않는 것
시 청 앞 / 중은 치우치거나 모자라지도 않는 것
  • 정칠석
  • 승인 2023.12.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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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喜怒哀樂之未發(희로애락지미발)을 謂之中(위지중)이요, 發而皆中節(발이개중절)을 謂之和(위지화)이니, 中也者(중야자)는 天下之大本也(천하지대본야)요, 和也者(화야자)는 天下之達道也(천하지달도야)니라. 이 말은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로써 ‘기쁘고 노하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중이라 하며 일어나되 모두 절도가 맞는 것을 화라고 하니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커다란 근본이요 화라는 것은 천하에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도이다’라는 의미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는 순수한 본연의 성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중이라 했다. 또한 중은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는 상태,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순수한 본연의 성의 상태에서 내부나 외부의 어떤 자극에 접해 반응하는 것이 기쁨, 노함, 슬픔, 즐거움 등 그 외 갖가지 감정으로 이를 정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 된 소이는 무념, 무상, 무욕, 무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에 자극받아 갖가지 정이 피어나는 것에 있다. 그런데 본성이 중이기 때문에 즉 치우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며 모든 이치를 담은 바르고 원만한 상태이기 때문에 온갖 정이 일어나되 절도에 맞게 하면 된다. 이를 화라고 한다. 절도는 행위주체가 놓여있는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마주친 대상에 대해 반응하는 가장 타당한 준칙이요 법도이다. 그 준칙에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화이다. 중은 모든 이치가 그 안에 갖춰져 있어 천하의 모든 이치가 나오기 때문에 천하의 근본이라 했다. 화는 언제 어디서나 가장 타당한 준칙이기 때문에 달도라고 하는 것이다.

작금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17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조 대법원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만연한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간 재판 지연과 법원의 판결이 기울어진 운동장 같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재판 지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속히 재판 지연의 원인을 해결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법원장 후보추천제는 물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와 책임소재도 불분명한 사무분담위원회를 즉각 폐지하고 판사 증원 등을 적극 검토해 헌법이 규정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란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 아울러 새 사법 수장 취임이 그간의 만연한 사법 불신에 대한 현안개선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