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
시정칼럼/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4.01.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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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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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애플(Apple) 창업자이자 혁신의 대명사가 된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말이다. 죽음은 삶을 잘 살았다는 증거다.

죽음과 관련된 중요한 영적인 현상을 아는 것은 우리의 삶에 크나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수명을 다하게 됐을 때 훌륭한 죽음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가능케 해 주는 값진 앎이 된다.

죽음이란 단어는 여러 개의 높임말을 가지고 있지만 쓰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임종(臨終), 서거(逝去), 선종(善終), 입적(入寂), 소천(召天), 별세(別世), 사망(死亡), 요절(夭折), 망자(亡者) 등이 있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을 장례라 한다.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은 시신을 땅 위에 버리는 방법, 땅속에 묻거나 돌 등으로 덮는 방법, 불에 태우는 방법, 물속에 버리는 방법 등으로 크게 나눈다. 일반적으로는 풍장(風葬)·매장(埋葬)·화장(火葬)·수장(水葬)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시신 처리 방법은 그 사회의 관습에 따라 다르며, 특히 종교에 따라 서로 각각 다르게 규정된다. 종교마다 제각기 다른 생활관· 내세관· 영혼관· 육체관에 의하여 시신에 대한 관념을 각각 다르게 인식한다. 

어쨌든, 산자는 죽기 마련이다. 어차피 육신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데 요즘엔 화장이 보편화되어 버렸다. 2022년 기준 화장률이 91.6%에 이른다. 한 줌의 뼛가루와 재는 어떻게 처리될까? 자못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화장할 때는 유골을 분쇄하여 허용된 지역에 뿌리거나(산골) 나무 밑에 묻거나(수목장), 봉안당, 납골당, 납골묘에 안치한다. 화장하여 매장하는 예도 더러 있다. 그러나 매장하는 경우 가풍이나 지역 풍습에 따라 관 채 매장하는 관장(棺葬)과 관을 벗기고 시신만을 매장하는 탈관(脫棺)하는 방법이 있고, 묘지의 형태에 따라 단장묘(개인묘)와 합장묘로 구분되며, 묘지관리 주체에 따라 가족묘지, 문중 묘지, 공원묘지로 구분한다.
그러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매장을 한 경우 분묘의 설치 기간은 30년이고, 이후 1회에 한하여 설치 기간을 30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최장 60년이 지나면 어차피 묘지를 철거하고 화장한 뒤 봉안 또는 납골하여야 한다. 

요새 이색 장례가 확산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장례 문화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요새는 화장한 유골을 헬륨 가스를 채운 풍선(balloon)에 담아 높게 올려보내는 ‘하늘장’ 까지 등장했다. 유골은 40~50㎞ 상공 성층권까지 올라가 터진다, 유골은 하늘에 흩어진다. 고인을 추모할 사람도, 유골을 묻을 공간도 모두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하물며 반려동물과 ‘합장(合葬)’을 하기도 한다. 

다사(多死)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사망자가 늘면서 화장 전까지 시신을 안치할 곳도 마땅치 않아, ‘시신 호텔’ 같은 곳도 등장했다. 화장 때까지 머물도록 한 곳이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장례 의식이 등장하고 있다. 화장 후 뼛가루와 재를 금속 상자에 넣은 다음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려 보내는 천체장이 있다. 이용 가격이 무려 7,500달러 수준이다. 

심지어 뼛가루와 재를 친환경 시멘트와 섞어 인공 산호초 구조물을 만든 다음 해저에 설치하는 장례도 있다. 이 구조물은 해양 식물과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된다. 친환경 '녹색 매장'이 성행하고 있다.

하물며, 흙으로 되돌리는 '퇴비장'도 있다. 관처럼 생긴 용기에 시신과 함께 풀과 지푸라기, 나무 조각 등을 채운 다음 30일 안에 뼈를 제외한 부분이 완전히 썩도록 하는 방법이다. 산소와 질소 농도 등을 조절해 부패 속도를 높인다. 가족들은 이 흙으로 식물을 키우며 고인을 추모한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선 죽음에 대한 성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죽음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다’라며 죽음에 대해 담대한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죽음을 대하던 태도로는 자기 발등에 떨어진 다급한 현실에 대처할 수 없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환이나 숙환에 의한 사망이라 할지라도 정작 죽음이란 순간은 급박하게 온다. 특히 사고사의 경우에는 죽음 자체를 인지할 수 없어서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임종을 맞이하는 예도 있다.

‘죽음을 알면 삶이 보인다.’라는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잘 살아온 것만큼이나 죽음을 의미 있고 존엄하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다. 나의 마지막 편지로 살아온 삶에 대한 인생 노트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한다. 

죽음이란 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평생 수많은 사람과 소중한 인연을 맺고 살아가다가 현세와 이별을 하는 마지막 순간이다. 고인의 처지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나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이고, 또한 고인을 보내는 처지에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보낸 이별의 아쉬움과 아픔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육체는 사라지지만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글을 써 보라고 하면 무엇이라 남길까. 노벨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년)의 묘비에는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중광(重光, 1934~2002) 스님이 남긴 한 줄 "괜히 왔다 간다", 소설가 헤밍웨이(Hemingway, 1899~1961)는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오"라는 글이 새겨 져 있다. 생전 고인의 성품과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따뜻하고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묘비 문구다.(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