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꽃잎처럼 / 이덕수 시인
詩의 풍경 / 꽃잎처럼 / 이덕수 시인
  • 최창일 이미지 문화 평론가
  • 승인 2024.01.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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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셨던 꽃잎도
미련 없이 지더라

황홀했던 순간도
바람처럼 가더라


고운빛깔 덧없이
낙화 되어 날리고

깃털처럼 사뿐히
대지 위에 눕더라

속절없는 인생아
꽃잎처럼 가거라

 

이덕수 시인의 시는 계절의 순환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실상 인간의 경계를 기록하는 시의 은유 건축이다. 자연을 상대로 사상적 문화적 지향점을 공유하며 사회적 인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인들의 집체적인 생각의 교류는 선진(先秦) 시기에 존재했다. 하지만 선진 시기의 문인 집단은 문학창작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대부분 학술 유파이거나 정치적 붕당, 빈객 집단이었다.
이 시인은 수많은 선진들의 사상을 통해 버릴 것은 버리고 자신만의 시의 혈관에 소통을 꾀하는 것. 문학의 길잡이로 사용하는 성숙미를 시에 건축한다.
‘눈부셨던 꽃잎도/ 미련 없이 지더라’ 첫 절과 마지막 절 ‘속절없는 인생아/꽃잎처럼 가거라’는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의 시선이다. 시선에도 꽃이 핀다. 시선에 꽃이 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시인은 기록한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