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광장 / 인구 절벽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인문학 광장 / 인구 절벽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임종은 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시인
  • 승인 2024.01.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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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 전 한국문학신문 편집국장, 시인
임종은
임종은

[시정일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구절벽’을 막는 일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많은 국민이 ‘인구절벽’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들어 왔으며, 사회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석학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와 대책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수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를 막고자 하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실효를 나타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계속 감소세로 가고 있다. 2020년부터는 인구의 실질적인 감소가 시작되어 연간 약 20만 명 정도가 감소한다고 하니, 1년에 소도시가 하나씩 사라진다는 엄청난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최하위라고 한다. 2021년 기준 합계 출산율은 0.81 명, 2022년은 0.75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 1.059 명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위해 2006~2021년 동안 약 280조 원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 효과는 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인구절벽’ ‘인구감소’ 등 심각한 현실 앞에서 우리의 위정자들은 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당쟁과 밥 그릇 싸움에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마치 임진왜란을 코앞에 두고도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었던, 조선의 사회상을 보는 듯하여 답답하다. 한편 국회에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연금. 인구. 기후 문제 등 급박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으나, 의원들이 다른 일정에 밀려 이들 특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유명무실한 활동으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역시 6대 핵심 과제를 선정하긴 하였으나 구호에 불과한 형식적인 문구를 나열해 놓은 인상을 줄 뿐 이다.

우리가 인구 절감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노동력 감소와 경제성장의 둔화로 인하여 후진국 및 약소국의 길을 걷게 된다는 점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자본시장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저출산으로 생산 인구(만 15세∽64세)의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20년대 중반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GNP가 2050년에는 15위권 밖으로 밀려 날 것으로 경고했다.

한편 2001년 1월 여성(가족)부가 출범한 이후 여성가족부가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에서는 저출산 정책의 하나로, 출산 양육지원금과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자치단체마다 각기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어떤 지자체는 신혼부부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임차료와 관리비를 지원하기도 하며, 산후조리원을 신설하여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출산장려금 이외의 실질적인 지원은 극히 일부 지자체에 불과하다.

인구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비혼(非婚)과 저출산(低出産)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에 대한 해소 방안을 수립, 대통령 직속으로 실효적인 조직을 신설하여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비혼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관련기관이나 단체에서 수많은 대책과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정확한 키워드를 찾지 못한 원인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근본적이고 넓은 통찰이 필요하다.

우선 비혼의 증가는 본인의 의지나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게 된다. 비혼 추세는 결혼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선호하거나,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살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며, 다음은 현실적인 문제로 직장문제, 주택문제, 그리고 예식비용 등 경제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저출산 원인 역시 직장과 주택문제가 기본 요인이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출산과 육아 문제, 교육 문제도 큰 요인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그 원인에 대한 해소 방안을 단계별로 찾아본다.

첫째, 젊은이의 비혼 개념에는 방송 매체의 영향도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각 매체마다 흥미 위주로 방영되는 싱글이나 돌싱들의 낭만적인 생활과 혼밥. 혼술 등의 프로그램은 독신 생활을 간접적으로 장려함으로써, 비혼을 부추기고 인구절벽 현상을 야기 시키는 제작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각종 연애 프로그램 등은 가정생활의 포근함. 따뜻함. 가족애와 보람되며 건전하고 평온한 결혼 생활의 일상등을 방영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 지자체. 공공단체. 종교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미혼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미팅 이벤트)’행사를 통해 결혼 장려 분위기에 앞장섰으면 한다. 결정은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하지만 그 장(場)은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셋째, 각 단체나 지자체의 시설(예식장. 사회자. 사진 촬영 등)을 무료 제공하여 결혼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넷째, 신혼부부 희망자에 한하여 10년∽20년의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저리의 전세금 대출 등 주택 관련 특혜를 제공하여 주거 문제를 지원한다.

다섯째,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직장은 직장 내 탁아시설(유치원. 어린이집) 설치 등을 지원하여 출퇴근 시 동반할 수 있도록 하고, 출산, 육아휴직, 등에 필요한 근로기준법과 사규를 정비하며, 다른 육아 시설을 원할 경우도 별도로 지원한다.

여섯째, 출산 전후의 제반 경비를 지원하고, 초등학교까지는 각종 질병. 의료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국가적 과제인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사회, 기업 등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출산, 육아, 교육 문제는 국가 차원의 실효적인 복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수많은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수반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한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조직에서 방만하게 지출되는 예산을 축소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이와 병행하여 거시적인 계획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50.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18.3%, 경기 26.4%, 인천 5.8%) 지방 도시는 점점 소멸되고, 학교도 해마다 없어지고 있다. 농촌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얘기는 오래된 말이다. 반대로 직장과 학교를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게 되니 비좁고 어려운 여건에서, 저출산. 비혼 문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국가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지방 거점도시부터 살려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의 지방 분산 배치와 문화와 복지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인구 분산에 가장 실효성이 요구되는 것은 명문 대학의 지방 이전 문제이다. 서울 명문 대학의 몇 개의 학부라도 분리하여 지방 캠퍼스를 중심으로 분교를 설치하여 인구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

또 국가 기관이나 기업에서 직원 채용 시에 학력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목적 없이 대도시 대학으로 몰리는 악순환과, 사회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고 지방도시를 살리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육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학의 입학은 용이하게 하고 졸업은 어렵게 하는 선진국 시스템을 도입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교육을 축소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추진 동력이 저하되고, 상호 협조 체제의 미비로 인구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의 추진이 지연되어 왔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인구문제와 안보문제가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이 정점이 되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회.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이 협력하여 하나씩 추진해 나간다면 반드시 인구절벽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