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결코 이익에 사로잡혀 분수를 넘어선 안 돼
시청앞 / 결코 이익에 사로잡혀 분수를 넘어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4.01.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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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寵利(총리)는 毋居人前(무거인전)하고 德業(덕업)은 毋落人後(무락인후)하며 受享(수향)은 毋踰分外(무유분외)하고 修爲(수위)는 毋減分中(무감분중)하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은총과 이익에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은 남의 뒤에 처지지 말라. 받아서 누릴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자기를 닦아서 행할 일에는 분수를 줄이지 말라’는 의미이다.

통상적으로 이익만큼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없다 할 것이다.

아주 사소한 이익에서부터 엄청난 이익에 이르기까지 이익과 연관지어졌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간에 벌떼처럼 모여드는 것이 바로 인간의 속성이다.

톨스토이는 일찍이 어떤 활동이라도 그것이 개인의 이익에 근거를 두지 않는 한 그 기반은 견고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인 철학 상의 진리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은총과 이익에 남보다 앞서지 말자는 이야기에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바보 소리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다음에도 그래도 바보 소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차라리 자신의 삶을 그만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모든 은총과 이익을 남보다 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대는 그만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그대보다 앞서서 이익을 취한 사람의 결과를 그대는 바로 뒤에 서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얻기 전에 그 뒤에 숨겨진 화를 먼저 볼 줄 아는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작금에 들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라살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예타 면제를 앞세운 선심성 특별법 발의가 여야 따로 없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정말 국민의 대표가 맞는지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일로인데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담합해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당초 11조 3000여억 원이 소요되는 대구ㆍ광주 달빛고속철도 사업에 대해 야합이라는 국민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최종 법안에서는 ‘고속철도’를 ‘일반철도’로 대체하고 ‘복선화’ 문구를 삭제하는 꼼수를 부렸지만, 이 사업비는 8조 700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결국 우리 미래세대에게 큰 빚을 안기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 여야는 즉시 표만 바라보는 특별법 폭주를 멈춰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국가살림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답게 끝까지 여야 짬짜미 포퓰리즘 경쟁이 중단되도록 가차 없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것이다.

국가 채무가 1100여조 원을 넘어섰고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국가 현실을 감안한다면 재정력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여야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