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부자보고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고/ 우리나라 부자보고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조문환 / 전 제일은행 본부장
  • 승인 2024.01.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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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 / 전 제일은행 본부장
조문환
조문환

[시정일보] 국민은행은 우리나라 부자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부자는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이고, 거주용 부동산이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이라고 정의하였다. 2022 연말 기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은 45만6천 명으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총금융자산은 2,747조 원이고 총인구대비 0.89%에 해당한다. 부자들은 금융자산을 평균 60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자산 중 금융자산 38%, 부동산자산 56%, 회원권 등 기타자산 6%로 구성한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총금융자산 2,747조 원의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우리나라 GDP 2,072조 원보다 많고, 시가총액 (코스피+코스닥) 2,264조 원보다 많으며, 예금은행 총예금 1,958조 원(가계 예금 854조 원)보다 많으며, 비은행 금융기관 총수신액 3,323조 원의 83%에 이르고, 유동성 M2(광의통화) 3,758조 원의 73%에 이르는 규모이다.

또한 45만6천 명의 부자들의 금융자산의 규모는 100억 이하 부자가 41만6천 명, 300억 미만 자산가 3만2천 명, 300억 이상 초고자산가 9천 명(총인구대비 0.02%)으로 분류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없지만 500억 이상 슈퍼자산가는 약1,500명, 1,000억 이상 초 슈퍼자산가는 약 70명으로 추정한다.

금융자산이란 화폐시장과 자본시장에서 언제든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예금, 증서, 주식, 채권, 증권, 증권상품, 파생상품, 상장 일반상품, OTC(장외 거래상품)를 말한다.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총금융자산 2,747조 원의 구성은 유동성 금융자산 32%, 예 적금 30%, 주식 ETF 등 14%, 보험 12%, 채권 9% 순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가계 총금융자산 4,652조 원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부자들의 부동산자산은 2,543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형태의 구성비는 부동산 56.2%, 금융자산 37.9%, 기타자산 4.2%라고 분석되었기에, 이를 역산하면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 부동산은 약4,073조 원이고 부자들의 총자산은 7,248조 원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하여 우리나라 국부를 약 1경 8천조 원이라면 정부+법인(순자산) 빼고 가계(순자산)의 7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부자의 수는 45만6천 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20만7천3백 명, 경기 11만4천9백 명(수도권 32만2천2백 명), 부산 2만8천5백 명, 대구 1만9천4백 명, 경남 1만1천6백 명, 경북 9천3백 명(영남권 6만8천8백 명), 대전 9천7백 명, 호남권으로는 광주 8천3백 명이다.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기초, 즉 부자들이 현재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부의 원천은 사업소득 31%, 부동산투자소득 24.5% 상속 증여 20%, 금융투자소득 13.3%, 근로소득 11.3% 순이다. 다시 말하여 부의 원천이며 부를 축적하는 기초가 되는 종잣돈의 출처는 사업수익금, 부동산투자수익금, 상속/증여가 75.5%로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은 소도 둔덕이 있어야 비빌 수 있다고 한탄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기 위한 종잣돈이나 기초자산이 없으므로 부자 될 기회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인구는 5,170만 명이고 총가구 수는 2,177만 가구다. 우리나라 5분위별 월평균 가구소득(2023. 1분기)은 1분위-최하위 약 107만 원, 2분위-하위 약 259만 원, 3분위-중위 약 405만 원, 4분위-중상위 605만 원, 5분위-상위 1,148만 원으로 발표되었다.

참고로 가계 평균소득은 640만 원이고 2023. 3분기에는 692만 원이다. 즉 4분위는 중상위임에도 가계 평균소득 692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5분위-상위를 다시 하상위, 중상위, 최상위로 나누어 인구수로 나누어 본다면 하상 위 계층 450만 명 약 800만 원, 중상위계층 350만 명 약 1,000만 원, 최상위계층 250만 명, 약 1,500만 원의 평균소득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서민은 착각하며 경제활동을 한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미 소득의 하류층이고, 자신이 상류층이라고 믿는 사람은 중위층에 불과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근로소득자가 131만 7천 명이다. 꿈의 1억 원 클럽에 들어가려면 소득 상위 3%에 속해야 한다.

우리나라 급여생활자 상위 20%에 속하는 고소득자의 연봉이 하위 20%의 15배에 달하지만, 부자들의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최상위계층은 년 3억 원 이상 소득이 있는 부자로 45만 6천 명의 배우자 자녀 손자를 포함한다면 약 250만 명이 된다. 이들의 총금융자산은 2020년 2,618조 원에서 2022년 2,747조 원으로 129조 원이 증가하였다.

왜 부자가 되기가 어려운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 심하다. 부자에는 자수성가형 부자와 금수저형 부자가 있다. 금수저형 부자의 83%가 종잣돈을 20~40대에 부모로부터 지원과 증여 또는 상속을 받아 부자가 되었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가구의 총자산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은 80.2%이지만, 금융자산은 15.6%로 부자의 비중에 비하여 2.4배가 낮으므로 금융투자 여력이 없어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로는 초강대국의 자본 없는 자본주의가 성행하므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시스템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므로 근로자들의 소득의 편차가 심해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국주의 독점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한다, 독점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 금융공학 전문가들이 금융기술을 왜곡시킨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소득증가율보다 낮다, 특히 경제성장 파이는 커졌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하고 빼앗기고 있다 등이다.

우리나라의 2022년 말 화폐발행고는 173조 원으로 그중 88%인 153조 원이 5만 원권이다. 이중 80%는 장롱이나 금고에 처박혀 있다. 카드 사용액은 953조 원으로 매월 79조 원을 사용하고 있다. 화폐 유동성이 퇴색되고 있다. 50년 전 197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8조 원에서 2022년 2,161조 원으로 약 800배 증가하였다.

돈의 흐름인 통화 유동성(M2)은 0.8조 원에서 3,758조 원으로 4,700배가 증가하였다. 금융기관 유동성(Lf)은 1.3조 원에서 5,086조 원으로 약 4,000배가 증가하였다. 따라서 자신의 총자산이 50년 전보다 800배 이상 증가하지 못하였거나, 금융자산이 4,000배 증가하지 못하였다면 가난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에 편승하지 못하거나,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독점기업들의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금융기술을 모르거나, 자본수익이 없다면 부자가 될 수 없다.

빈부격차와 불평등 심화는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현상이고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국민의 불만으로 표출됨에 따라 경제체제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며 개천에서 용 나는 평등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소수의 부자가 다수의 빈자를 만드는 빈부격차는 사회계급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불평등은 해소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