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플리즘 정치는 중단되어야 한다
기고/ 포플리즘 정치는 중단되어야 한다
  • 임종은 /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 승인 2024.01.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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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은 / 한국문학신문 전 편집국장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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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포플리즘’이 사회가 다양화하면서 경제. 문화.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범람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 복지와 공공 개발 부문에 대한 포플리즘(대중영합주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형태가 생기게 된 요인은 대부분 정치적인 인기 영합, 즉 표(票)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당선되면 ㅇㅇ시설을 유치하겠다.’ ‘ㅇㅇ 도로를 신설하겠다.’ 등 주민의 편의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이 펼쳐진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 단체장 선출의 경우는 지역적인 이슈가 등장하지만, 대선의 경우는 국가적인 규모로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이 튀어나오게 된다.

물론 공약이 유권자에게는 필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정치인에게는 우선 당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재원 문제는 뒷전이고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이 우선이다. 또 당선 후에도 실질적인 타당성보다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하여 집행이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 형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긴요하지 않은 사업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여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공공 개발이나 건설 분야는 예비타당성을 검토하는 제도 때문에 최소한의 견제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복지 등 일부 분야는 선심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인기 상품(?)이다. 수혜자 처지에서는 다다익선, 즉 많을수록 좋아서 반대할 이유도 없고 주변에서 견제하기도 어렵다.

비근한 예로 병사(병장)의 월 급여를 언제부터 200 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그 실효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 어렵게 합격하여 6년을 근무한 예도 급여가 200만 원이 못 된다. 박봉 속에서 묵묵히 복무하고 있는 수많은 하급 공무원의 허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월 70만 원 이하 정도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부사관이나 초급장교의 보수와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경찰. 소방공무원의 증원과 위험수당 등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또 병사의 경우는 국방의무를 의무를 이행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월급’이나 ‘급여’의 표현도 부적절하다고 본다. 급여는 근로(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는 개념으로 보아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병사를 근로자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당이라는 명분으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또 지하철공사의 무임승차 대상에 대한 문제다. 공사(公社)가 호소하는 막대한 적자에 대해서는 국고지원이나 요금 인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인바, 요금 인상은 결국 일반 승객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행 경로 무임승차 기준인 65세가 과연 적정한가? 사회의 양식 있는 지도층이 왜 침묵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65세 노인이라는 표현은 1950년도 유엔에서 발표한 숫자라고 한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수하려는 당국의 인내가 감탄스럽다. 하긴 노동 관련 법령 속에는 지금도 55세를 고령자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수명이 60∼70세이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이다. 지하철 이용객 중 65세 이상 자와 10세 이하 어린이를 무임으로 보면, 우리 인구 대비 4분의 1 정도 무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2015년 기준 5대 광역시의 무임 수송 비중은 22∼31% 수준이며, 서울시의 경우 무임 승객 중 노인의 비율은 약 74% 수준이라고 한다.

또 2015년에 발표된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을 보면, 1호선 제기역 52.9%, 경원선 소요산역 49.93%, 중앙선 용문역 43.96%나 된다. 50%가량이 무임승차라고 하니, 간과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향후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는 더 증가하고 출산은 줄어드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언젠가는 모든 지하철 승객의 3분의 1이 무임승차가 된다고 본다. 과연 합리적인 사회 현상인가? 지하철 무임 이용은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민주유공자 등으로 대상이 상당히 많다.

약 10여 년 전 대한노인회장께서 지하철 적자와 관련하여, 경로 기준을 70세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가, 많은 비난 속에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노인 유권자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유불리의 압력에 의해 묻힌 것이다.

경로 승차가 처음 실행될 당시(1984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 국민의 4% 내외에 불과할 정도였으나, 노인 인구 1천만 시대로 상황이 크게 바뀐 지금도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가 기준이 여전히 유지되는 이유는 노인층에 대한 표심(票心)을 의식하여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졸속 추진되었다고 비난을 받는 ‘4대 강 사업’ 같은 경우도, 지금까지 찬반의 의견이 분분한 대선공약으로 회자하고 있다. 당시 무려 3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국가사업임을 감안하여, 충분한 연구 검토와 환경문제 등 여론 수렴을 거쳐, 공약이 정해지고 우선 적정한 지역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포플리즘으로 사라진 아픈 과거다.

이러한 정치권의 포플리즘에 대해서 단국대 조흥종 교수는 ‘지금 글로벌 사회는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자원을 무기화할 우려도 있다고 예견하면서, 우리의 저출산 고령화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 국가적 위기로 다가와, 결국 경제 성장의 불씨가 꺼지고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위기에 있는데도, 선거철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자꾸 정부에 돈을 풀고 곳간을 비우라는 주장이 친서민적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인구 문제, 기후 문제, 안보 문제 등 불확실한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 성장에 동력이 될 수 있는 부문에 예산을 투입할 것이며, 선심성이나 긴요하지 않은 예산은 최대한 절감하고 나라 곳간(국고)을 채워서 다음 세대에게 부강한 나라를 넘겨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