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스며드는 풍경 / 박강남 시인
詩의 풍경 / 스며드는 풍경 / 박강남 시인
  • 최창일 이미지 문화 평론가
  • 승인 2024.01.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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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땅을 덮는 겨울 추위가 묵직한 한낮

산과 들에 바람 매서운데

신께서 걸어놓은 구름 아래

선을 긋는 기러기 떼

새들이 먼 여백 속으로 스며든다

을씨년스러운 마음 감도는

갈대의 흔들림 따윈 상관없이

저녁해는 산으로 강물로 스며든다

한강 저편 미사리 마을

빽빽한 아파트숲 사람들

견고한 바람의 품에 스며들고

세상은 강물에 스며들어 흘러간다

지난가을은 어디로 스며들었을까

 

시는 통찰의 경험이다. 시인이 보는 자연은 깨달음의 미학이다. 자연을 통해 정화됨이 감정적 환기를 가져온다. 부딪히는 풍경들은 시인의 시선을 통해 마음의 나라를 만든다.

박강남 시인의 풍경 이미지는 순간의 순간을 담아내는 표정이다. 새가 나는 것은 수직으로 떨어져 내려도 걱정하지 않듯 시인의 시가 어느 방향의 간절함이 묻어나도 그저 평화롭다. 자연 안으로 스미듯 시는 인간의 마음에 스밀 때 축제의 시간이 된다. 박강남 시인은 지난가을이 어디로 스미었는지를 알고 있는 목격자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