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광장 / 네 말이 맞다
인문학광장 / 네 말이 맞다
  • 임 채 규 나주임씨대종중 도유사
  • 승인 2024.01.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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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채 규 나주임씨대종중 도유사
임 채 규 나주임씨대종중 도유사
임 채 규 나주임씨대종중 도유사

[시정일보] 문득 황희정승의 고사가 머리에 떠오른다. 영명하신 세종대왕 치세 10년간 영의정으로 봉직하면서, 실질적으로 나라를 바르고 훌륭하게 다스렸을 때였다. 그런 황정승의 치국 덕분에 여유를 가지면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님이시다.

어느 날 황희정승에게 집안의 하인 부부 중 아내가 찾아와서 물었다. “아버님 제삿날인데 저희 개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아무래도 제사를 지내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사는 안 드려도 된다.” 황희정승이 답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남편 하인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아버님 제삿날에 저희 개가 새끼를 낳았지만 그래도 제사는 드려야겠지요?” 황희정승이 답하기를 “그렇지, 제사는 드려야지.” 그러자 옆에 있던 정승의 부인이. “대감께서는 어찌 같은 일에 둘 다 옳다고 하십니까?”라고 핀잔해주었다.

​​황희정승이 공무 중에 잠깐 짬을 내 집에 와있을 때의 일이다. 집의 여종 둘이 서로 시끄럽게 싸우다, 한 여종이 와서는….“아무개가 저와 다투다가 이러이러한 못된 짓을 하였으니 아주 간악한 년입니다”라고 일러바쳤다. 그러자 황희는 “네 말이 맞는다”라고 하였다. 또 다른 여종이 와서 꼭 같은 말을 하니 황희는 또 “네 말이 맞다”고 하였다.

​마침 옆에서 지켜보던 황희정승의 조카가 답답해서 말했다. “숙부님 판단이 너무 흐릿하십니다. 아무개는 이러하고 다른 아무개는 저러하니 이 아무개가 옳고 저 아무개가 그릅니다”그러자 황희정승은 “네 말도 맞다” 말하고 독서를 계속하였다.

​​어떤 취지든, 이게 맞는 것 같다. "네 말이 맞다." 아니다 싶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자리를 피하는 게 낫지. 굳이 나의 옳음을 증명하려 들면 정말 피곤해진다. 어떠한 경우든 논쟁은 하책이다. 말해줘도 이해 못 하고, 사람 생각 못 바꾼다.

사소한 일을 두고 편을 가르는 말씀을 하면 가정 평화가 깨어진다는 신념을 가지신 황희정승께서는, 그러나 국정에 임해서는 바른 처사와 명쾌한 판결로 국정의 옥석을 가려서 나라를 잘 다스리신 것이다. 모두가 새겨보아야 할 청백리이시자 탁월한 치적의 선조의 발자취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내 탓으로 소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행적은 종교를 떠나 국민적 추앙을 받으셨다. 지난 90년대 초반 내 탓이요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맑은 가난은 탁한 부보다 가치가 더하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명언이다.

나는 우리 자손들에게 남겨줄 유산이 하나도 없다. 길을 가면서 꽃씨를 뿌리면 그 꽃의 선한 마음을 우리 다음 세대가 거둘 것이 아닌가? 한경직 목사님의 유언이다. 두 분의 무소유 신념과 실행이 가슴을 누르면서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돌이켜 보게 만든다.

그러나 세분의 국가 지도자께서 유명을 달리하신 지금은 국가 지도자가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집는 가장 저열한 언사만 난분분(難紛紛) 한다. 최악의 언사를 구사해야 마치 제 놈이 최고라도 되는 양 여기는 모양새이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의 쾌거를 이룩해 내었다. 그 국가 선수단에는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지도자가 없다. 오직 대한민국 선수로서 최고 최대의 기량을 정정당당하게 기울여서 1등이 되는 것이다.

운동선수로서 거짓이나 위선 그리고 꼼수가 없이, 자기 능력을 최선으로 경주(傾注)하여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목표이다. 지도자, 감독과 코치들도 선수들이 정당하게 기울이는 기량 증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는 진보나 보수나 지역의 이념 갈등이 없는 것이다.

대단한 대한민국 우리나라 국가 대표선수들의 기상(氣像)이요 웅지(雄志)이다. 우리나라 사회 지도자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2022년(원래 2022년에 개최하기로 되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2023년으로 1년 연기되었다) 아시안 게임 선수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배우라는 말인가? 갈라지지 않고 하나로 뭉치면 힘이 크게 나서 잘한다는 이치를 말한다. 국민이 하나로 뭉친다는 말은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의회 즉, 직접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인가?

지금은 과거 그리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할 수가 없다. 그때의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소수 인구로 구성된 여러 도시형 국가였기 때문에, 그 국가의 구성원이 모두 의회에 참가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다.

인구 5천여만 명의 대한민국에서 무슨 수로 전체 국민이 참여하는 의회를 연다는 말인가? 대의정치(代議政治)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심부름꾼으로서 선거에 의하여 대통령,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이다. 또한, 의결 방법도 다수결 원칙 즉, 의사결정 투표 결과 한 표라도 더 많은 편의 것을 결정(決定)하는 원칙을 적용한다. 특수하게 중요한 사안은 3분의 2 초과 의사결정 원칙을 적용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헌법에는 우리나라는 민주 공화국이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체(國體)를 공화제(국민이 주인), 그리고 정체(政體)를 민주주의(民主主義, 국민이 의사결정)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사 결정방법이 선거에 의할 경우는 일정 나이 이상(현재 18세)인 국민의 보통, 직접, 평등, 비밀 투표에 의한다.

행정부 특수 정무직 공무원, 국회 특수직 공무원과 법원의 특수직 공무원들은 이번의 아시안 게임 3등 쾌거에서 자신의 본분에 대하여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의정치로 선임되거나 그 선임된 자에 의하여 임명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한 대가는 누가 주는가? 누구 덕분에 생계를 이어가는가? 하도 부정한 처사로 졸부가 되었으니, 국민의 세금은 발톱 속의 때처럼 작게 보이는가? 세금을 내는 주인을 장기판의 졸로 여기는, 그들의 처사가 주인인 국민의 심사를 뒤틀리게 한다. 선거 때는 각종 미사여구로 한 표의 지지를 소원하다가 선거가 끝나 당선만 되면 태도를 표변(豹變)하는 작자가 많은 요즘 세태이다.

앞에 열거한 인사들과 그 외 인사라도, 사회 통념상 소위 고위직 인사나 국가 지도자들은 황희정승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와 법정 스님의 말씀과 행적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 길이 주인인 국민에게 바르게 봉직(奉職)하는 길이다. 바로 우리나라 국민의 저력 즉, 이번 아세안 게임, 과거 88올림픽, 2002월드컵과 1997 IMF 사태 시 국민의 단결된 힘을 바로 보아야 한다. 장롱 속 금붙이로라도 모아서 국난을 극복하려는 의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론을 하나로 통일하여 국가의 저력을 키우는 데에 있는 직(職)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대가 솔선하여 바르게 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 논어 안연(顔淵) 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이 글을 읽어보고 새기는 고위 공직자나 국가 지도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