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총선 앞두고 선관위 부실 여론조사기관 퇴출
사설 / 총선 앞두고 선관위 부실 여론조사기관 퇴출
  • 시정일보
  • 승인 2024.01.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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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업체 중 등록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여론조사기관 30곳을 등록 취소했다.

그동안 여론 조사 신뢰도에 논란이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20여 곳의 여론 조사기관은 2021년 이후 실적이 없었던 이유도 컸다. 특히 여심위에 등록된 88개 기관 중 등록 취소 업체가 34%에 달하는 점은 충격이다. 선관위는 지난해 7월부터 등록유지 조건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골칫거리로 여기던 선관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손을 걷어붙인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에서 선거 여론조사기관 등록제가 시행된 것은 2017년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100개에 달하는 여론조사기관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해 신뢰할 수 없는 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무분별한 여론 조사와 전문성 없는 기관들 때문에 여론 조사 무용론과 불신론이 극에 달했고, 선관위는 ‘표현의 자유 위축’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확성과 신뢰성 강화를 명분으로 신고제를 등록제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부실 여론 조사 논란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20대 대선에서는 여론 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고, 급기야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지표가 돼야 할 여론 조사가 도리어 혼란을 부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선 이런 논란이 없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선관위의 역할이 크다. 여심위가 30곳을 정리했지만, 여론 조사 시장은 여전히 그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난립 상태다. 영세업체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조사방식을 스스럼없이 쓰는 게 일상화된 만큼, 관리ㆍ감독의 강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질문 방식과 설문지 작성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ㆍ분석 전문인력을 제대로 확보했는지 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특히 정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표본을 편향적으로 구성하고 있는지, 특정한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여심 위에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업체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한다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정치적 사안을 편향되게 조사해 무분별하게 공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선관위 보안 점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산망 해킹과 같은 허점은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은 통신사들로부터 선호하는 무선전화번호를 받아 임의표본으로 돌리지만, 추출 틀과 표본 규모는 제각각이다. 응답률도 그때그때 달라 같은 조사기관이 조사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여론 조사기관의 부실은 여론 조사의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론 조사기관의 과학화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선관위와 여론조사기관은 신뢰에 대한 시험기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