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전주영 기자] 중구의회는 지난해 12월12일, 중구청으로부터 제출된 5764억 규모로 제출된 2024년도 사업예산안을 5684원으로 의결했다. 일반회계 65억8416억원, 특별회계 14억2400만원으로 최종 삭감액은 전체 예산 1.39%에 해당하는 80억원이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내며 심지어 주민 300여명을 동원해 의회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을 모두 삭감해 행정의 손발을 묶어놓았다며 의회를 비난하고 삭감한 예산을 모두 되돌려 놓으라고 집회까지 개최했다.

참고로 12월12일, 중구청은 기자회견에서 ‘주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을 삭감’했다며 30여 개의 사업(△어린이집 개·보수비 △남산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건축 컨설팅 지원비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비 △경로당 복지시설 등 긴급 소규모 시설 개보수 지원 사업 예산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의회를 규탄했으나 12월28일, 실제로 구청이 재의 요구한 사업은 주로 시설관리공단과 문화재단 등과 관련된 단 5개 사업뿐이었다.

300여 명의 주민을 동원해 결의대회를 여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이며 여론을 호도하고 진실을 숨긴 중구청의 재의요구는 이를 데 없이 무색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앞두고 있다.
행정적 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미숙함으로, 재의요구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지 이유를 붙여 ‘재의요구’를 함으로써, 중구청에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총 210억원을 송두리째 못 쓰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실상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법 제120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재의요구를 하면, 의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예산이 그대로 확정된다.

즉, 9명의 중구의원 중 6명 이상의 의원이 다시 전과 같이 찬성해 가결되면 지난 12월12일에 최종 의결된 5684억원(80억원 삭감)은 다시 확정돼 대다수의 예산은 집행할 수 있지만,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이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해당 안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되고, 중구청에서 재의요구한 5개 사업 210억원은 애초부터 없는 예산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중구의회 의원은 9명 중 4명이 국민의힘, 4명이 더불어민주당, 1명은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돼 있고 재의요구안에 대한 의결정족수는 2/3인 6명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되면, 중구청에서는 사라진 210억원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의회에 다시 의결 요청해야 하는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중구청은 제출한 재의요구안을 중구의회에서는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판을 하고 의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재의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증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중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구청의 예상과는 다르게 중구청으로부터 제출된 ‘재의요구안’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10일 임시회 소집 요구를 하자 단 이틀 만에 중구청은 ‘재의요구 철회’라는 급박한 태세 전환을 한 것이다.

중구청에서는 재의요구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고 부결되면 해당 사업의 예산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함을 뒤늦게 깨닫고 긴급하게 지난 12일, 재의요구안을 철회 요청하고,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회는 중구청의 지속적인 주민과 여론 호도를 통해 의회를 기만하는 행태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중구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응을 삼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주민을 속이는 중구청의 기만적인 행태를 묵과할 수 없고 실체적 진실을 주민 모두에게 알리고자 중구청의 재의요구안 철회 요청을 거부하고, 임시회를 개최해 ‘재의요구안’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서울시 중구의회 회의규칙 15조에 따르면, 의사일정안 상정에 관하여는 의장이 결정하는 권한으로 중구청에서 재의요구안 철회 요청을 반드시 상정해 처리할 필요가 없음에 따라, 이보다 먼저 이정미 의원 외 4명으로부터 제출된 임시회 소집 요구안(재의요구안 처리)을 받아들여 처리할 예정이다.

한편 중구의회는 지난해 12월27일, ‘중구 예산안 의결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선 8기 3년 차를 맞이한 지금, 주민을 동원해 의회를 압박하려 하거나 의회의 의결 사항에 대해 ‘재의요구’하는 등 의회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처사를 멈추고 입법기관인 의회와 행정기관인 구청 간 서로 존중하고, 서로 협력하며 상생하는 모습을 중구민분들께 이제는 보여주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며 구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의회를 설득하려는 정치적 결단과 명분 있고 상식적인 행동을 기대했지만 중구청의 끊임없는 언론 플레이와 신중하지 못하고 손발이 맞지 않는 행정행위로 인해 본인들이 주장하는 “주민을 위한” 행정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단지 제출한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한 분풀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불순하고 그릇된 인식에서 출발한 행정적 실패는 명백한 실책이자 수치스러운 오점으로 남게 됐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12만 중구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중구청은 가슴 깊이 새기며, 모든 사태를 유발한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주민을 호도해 진실을 숨기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그만하고 서로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 진심으로 ‘중구민을 위한’ 행정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