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심심한 날 / 시인 이영순
詩의 풍경 / 심심한 날 / 시인 이영순
  • 시정일보
  • 승인 2024.01.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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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사는 게 심심해

손가락 끝에 소금을 찍어 먹어본다

쓰고 짜고 진저리가 난다

그래도 심심한 것보다 재밌다

체면의 탈을 쓰고

독 속에서 숨바꼭질한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사람들은 웃어대며 포장을 한다

가끔은 사는 게 싱겁다.

 

시를 쓴다는 것은 느낌의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다. 느낌의 공동체가 심심한 시인은 손가락에 소금을 찍어 맛을 보았다. 무엇을 하여도 서러운 게 시인들이다. 젖은 눈, 어리고 여린 것을 응시하는 것이 시인이다. 파토스의 연약한 숨결을, 시로서 고백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시는 언어를 뛰어넘어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의 순간 포착이다. 자기가 먼저 감동하지 못하는 시는 실패한 건축이다.

사는 게 심심하다는 것은 시를 사랑할수록 시와 싸우게 된다는 말로 이해된다. 싸움에서 잘못한 쪽이 더 그리워한다. 견디지 못해서 시인은 사랑하는 詩에 다가가 소금을 찾는다. 시인은 <담쟁이 문학> 무크지를 만들고 담쟁이 문학회를 이끌어 간다. 느낌의 공동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숙련된 언어의 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시의 천국이다.

사는 것이 싱거운 이영순 시인은 심심해하는 신(神)과 교신하며 시를 만드는 시인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