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협력’ 지방자치 확장나선 조 성 명 강남구청장 / “민간과 백지장 맞들어 ‘더 큰 강남’ 도약”
‘개방과 협력’ 지방자치 확장나선 조 성 명 강남구청장 / “민간과 백지장 맞들어 ‘더 큰 강남’ 도약”
  • 정응호
  • 승인 2024.01.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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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탐방 / 강남구편
조성명 강남구청장
조성명 강남구청장

 

[시정일보 정응호 기자] 옛 속담 중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함께 손을 보태는 사람이 많아지면 시너지가 생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낱장에 불과한 종이를 나르는 일도 그런데 하물며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인 강남구의 살림에 있어서는

협동의 가치가 더욱 클 것이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시정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앞으로의 지방자치는 ‘개방’과 ‘협력’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민간 기업·기관과 능동적으로 협업해 구민들이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도아파트 조감도-양재천변 스카이라인.
미도아파트 조감도-양재천변 스카이라인.

 

삶의 질 바꾸는 재건축…도시재정비 주춧돌

기부채납 활용 ‘지역에 필요한 시설’ 건립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던 강남 재건축 사업이 최근 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정비사업이 지난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한 압구정 2~5구역, 대치미도, 개포경남·우성3차·현대1차 중에서는 압구정 2구역이 정비계획안을 제출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재건축 연한을 맞은 수서·일원동 일대 아파트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주택 정비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강남 재건축 사업에는 조 구청장의 공약사업인 ‘재건축드림지원TF’ 자문위원단의 역할이 컸다. 흔히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관련 정보가 부족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관계자 간 갈등으로 지연되는 것이다. 강남구는 변호사, 세무사, 건축사 등 전문가 자문위원과 협업해 구민에게 재건축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하고,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 내년에는 조합 임원 중심으로 운영했던 정비사업 교육과정을 재건축에 관심 있는 구민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한다. 아울러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일원동 대청마을 북측구역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아타운 관리계획용역’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사업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조 구청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재건축을 도시재정비의 주춧돌로 삼겠다”고 말했다. 평소 “재건축의 본질은 삶의 질 향상”이라고 강조해 왔던 그는 기부채납을 지역 특성과 미래 수요를 반영한 공공시설 조성에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주택 정비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그때그때 기부채납 용도를 결정하다 보니 특정 시설만 많이 만들어지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도시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강남구 정비사업 기부채납 공공시설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내 공공시설 현황을 분석하고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정리하고, 이후 그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이 기부채납으로 조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일차 의료기관(세곡달빛의원).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일차 의료기관(세곡달빛의원).

 

민간병원과 손잡고 ‘소아과 오픈런’ 해결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일차 의료기관’ 운영 히트

최근 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많아지면서 ‘오픈런’, ‘조퇴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병원이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병원이 진료를 쉬는 주말이나 밤에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하염없이 대기하는 부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강남구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일차 의료기관’을 운영 중이다. 관내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진료건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데, 운영 초기부터 강남구민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찾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지난해 11월, 개포동에 위치한 의료기관 2곳을 추가 지정함에 따라 강남구에서 운영 중인 야간·휴일 일차 의료기관은 총 5곳으로 늘어났다. 이곳은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동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의료기관 추가 지정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동네 병원이 의사 혼자서 운영하는 현실에서는 야간·주말 진료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이에 따라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해당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 설득한 결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새로 지정된 의료기관 두 곳은 서로 협력해 평일 야간에는 당번제로 운영하고. 휴일에는 운영시간을 단축해 부담을 낮췄다. 조 구청장은 “이번 추가 지정으로 4개 권역 모두에 소아청소년 비상진료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의견을 반영해 소아청소년과 의료공백은 최소화하고 병원의 부담은 낮추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우)과 양원준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좌)이 ESG 업무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
조성명 강남구청장(우)과 양원준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좌)이 ESG 업무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

 

기업과 협업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창출

우물정(井)자형 순환형 보행친화도로 조성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은 취임 초부터 강남구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조 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도산대로, 영동대로, 테헤란로, 강남대로 10.6㎞ 구간을 우물정(井)자 모양의 순환형 보행친화도로로 조성해 도심에서도 자연이 주는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도 내에 가로정원과 띠녹지를 만들어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한편, 녹지가 가지고 있는 미세먼지·소음 흡수, 온·습도 조절 능력을 활용해 차량 소음, 대기오염, 열섬현상,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문제 등을 해결하고, 도로마다 테마를 부여해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강남의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도시 전체가 쾌적해지고 도시 전체의 가치와 주변 유형자산의 가치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게 조 구청장의 설명이다.

강남구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를 비롯해 해당 구간에 건물을 소유한 기업 등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포스코홀딩스와 ESG사업 공동추진 협약을 맺고 테헤란로에 위치한 사옥 외부공간을 개선해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 및 구의 문화행사 장소로 개방하기로 했다. 강남구는 앞으로도 이 같은 협업 사례를 늘려 테헤란로에 보행자를 위한 쉼터를 조성해 걷기 좋은 환경을 바꿔나갈 생각이다.

2028년 강남권 복합환승센터 조성이 예정된 영동대로는 차도를 지하화하면서 생기는 지상광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평소에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나들이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했다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 거리응원이나 페스티벌 개최 등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무대로 쓸 생각이다.

조 구청장은 “사회가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유한한 행정자원만으로는 각 분야에 필요한 서비스를 시의성 있게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계속해서 다양한 기관·단체와 협업해 예산과 시간은 절감하고 효과는 더하는 실용적인 구정 운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응호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