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종교는 믿음일까? 문화일까?
시정칼럼 / 종교는 믿음일까? 문화일까?
  • 권 혁 중 논설위원
  • 승인 2024.01.18 10:00
  • 댓글 0

권 혁 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종교란? 인간의 경험이나 능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을 믿고 의지함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종교에는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과 같은 원시종교를 비롯해 세계 3대 종교(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애니미즘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 또는 무생물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믿는 것이며, 토테미즘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고 믿는 동물이나 식물을 숭배한 것을 의미하고, 샤머니즘은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를 의미하는 매개자인 샤먼을 통해 의례를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종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이 만든 종교도 있다. 천도교는 1860년에 최제우가 만들었다. 평등 사상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뜻의 ‘인내천’을 교리로 삼는 종교이다. 대종교는 1909년 나철이 만든 단군을 받드는 종교이다. 원불교는 1916년 박중빈이 만들었는데 감사, 근면, 저축 등을 강조하며, 교육 사업과 자선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이 세 종교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민족 종교로, 모두 우리나라의 민족 의식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종교를 보면 그 나라 정신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를 천명(闡明)하고 있다. 내가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 활동을 통해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종교든 교리(敎理, 영어: doctrine)가 있다. 교리란? 체계화된 종교의 본질적인 가르침을 뜻한다. 대부분의 종교는 각자 독자적인 교리를 채택하고 있다. 교리는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믿음의 근거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제공한다.

우리는 나라가 어려울 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내적으로 힘들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 때 종교의 힘을 빌린다. 이것은 종교의 본질인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역을 이끌어 갈 목표를 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선거철이 되면 다양한 종교시설을 방문해 신도들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종교 자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신도들과 소통하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필요할 때만 찾는 곳이 종교시설이 돼서는 안 된다. 종교시설은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바다가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듯 종교시설은 문화가 다른 사람들도 모두 포용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믿음이라는 단단한 기초를 바탕으로 지어가는 신앙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벽 없이 지내는 산업시대이다. 종교 간에도 교리를 떠나 소통하고 있다. 기독교 마당에 부처님오신날 연등이 걸리고 불교 마당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다. 바로 종교시설은 종교 간의 문화융합을 이루는 곳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사회는 산업 간에 융·복합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문화도 융합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조화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문화는 발전하는 것이지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발전이 국가의 변화·발전을 이끌고 지역을 밝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를 통합해 전파된다. 신앙으로만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포용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만든다. 교리를 믿는 마음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지만, 문화적으로 공동체적 공감대를 이루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종교를 믿음을 넘어 문화로 가치를 확산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길 고대한다. 특히 사회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종교를 이용하지 말고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열린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