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대만 총통 당선 동북아 긴장되지 않는 외교력 펼치길
사설 / 대만 총통 당선 동북아 긴장되지 않는 외교력 펼치길
  • 시정일보
  • 승인 2024.01.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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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세계의 이목이 쏠린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지난 13일 선거에서 40%를 득표해 중국국민당 허우유이(33%) 대만 민중당 커원저(26%) 후보에게 승리했다.

라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세계 ‘대선의 해’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면서 “대만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편에 설 것을 선택했으며, 국제민주주의 동맹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만에 군사적·경제적으로 노골적인 압력을 가해 왔다. 심지어 민진당이 집권하면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이번 대만선거의 역풍으로 작용했고 중국과의 거리를 만들어갔다. 역풍 속에 라이 후보의 당선은 2019년 홍콩 사태 이후 높아진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양안 갈등으로 인한 전쟁 위기감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의 여론이나 언론도 비슷한 관점에서 대만 총통선거를 바라본다. 뉴욕타임스는 “대만 독립을 강조해온 민진당이 친중 국민당을 제쳤다”면서 “대만인에게 이번 선거의 핵심은 강대한 중무장 독재국 중국과 긴장 고조에 맞설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한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에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리 편안한 4년이 될 거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당장 미국도 중국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를 민진당의 온전한 승리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라이 후보는 국민당 허 후보에게 90만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민진당 소속인 차이잉원 현 총통이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 각각 308만여 표와 264만여 표 차이로 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과 비교가 된다. 제2야당인 민중당의 커 후보가 369만466표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야권 분열의 반사 이익을 본 측면이 강하다.

이번 선거에서 단순히 ‘친미냐 친중이냐’, ‘민주주의냐 권위주의냐’의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대만의 현실, 중국의 꺼림칙한 태도에 우리나라의 외교적인 발언이나 외교적인 거리 재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선거는 이념과 경제문제가 모두 얽혀있다. 미국은 좋아서 민진당을 선택했다기보다는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태도는 더욱 면밀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녕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불씨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 갈등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중시라는 원칙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우호, 실효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태도는 어느 때보다 신중할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