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형 아동돌봄' 민·관 갈등 고조
'중구형 아동돌봄' 민·관 갈등 고조
  • 전주영
  • 승인 2024.01.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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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단체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주민조례 발안, 구의회에 제출
중구청측, “민간위탁 유동적, 계약직 교사 채용 돌봄공백 문제 없어”
지난 22일 중구의회(의장 길기영, 사진 좌측 3번째) 의장실에서 '중구 아동돌봄 주민조례 제정 추진운동본부' 청구인 공동대표가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조례> 청구인명부 제출식을 진행했다.

[시정일보 전주영 기자]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대한민국이 인구절벽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구에서 초등돌봄을 두고 학부모와 지자체의 의견대립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중구의 학부모단체 ‘중구 아동돌봄 주민조례 제정 추진운동본부’는 중구의회 의장실에서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조례> 청구인명부 제출식을 진행했다.

제출식에는 중구의회 길기영 의장, 조미정 의원, 이정미 의원, 청구인 공동대표(김기정, 안소라, 임정원, 장선희, 황인욱), (사)중구시민연대 이사장 김재동, 더불어민주당 중구성동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정호준, 진보당 중구성동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박상순,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정책국장 황재인 등이 참석했다.

조례 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을 주도한 청구인 공동대표 5명은 중구에서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로서, 중구청의 <중구형 초등돌봄> 운영 이관 문제로 시끄러울 당시 학교 앞 놀이터에서 만나 의견교류를 하다, 그 만남이 현재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추진운동본부, 만족도 높은 ‘직영 돌봄’ 일방적 폐지 주장

-돌봄교사 고용불안, 급식부실 등 지적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조례>는 중구 최초의 주민발안 조례로 중구의 만18세 미만 모든 아이들이 ‘공공이 책임지는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했으며, 2023년 10월18일부터 2024년 1월18일 기간 동안 중구민들의 서명을 받은 결과 조례 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에 총 2301명의 중구민들이 동참했다.

이 날 제출식에 참석한 이들은 <중구형 초등돌봄>은 학부모 만족도 98%, 대통령상 및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던 정책으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돌봄, 교육 등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며 여야의 진영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지자체에서 조례로 만들어 어느 정당에서 지자체장이 나와도 아이들 보육은 안정적인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김길성 중구청장 취임 후 사회적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민간 위탁 운영으로 돌리려 했다며 거센 반발감을 보였고, 돌봄교사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 급식 업체의 미흡한 운영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구의회 길기영 의장은 “학부모, 학생, 돌봄교사 등 <중구형 초등돌봄> 직영 운영 만족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며 “중구민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조례안이 보완될 점이 있다면 더 보완해서 이용자, 종사자, 학부모들의 생각에 어긋나지 않도록 의회 차원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길성 중구청장이 2023년 4월12일 남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와 함께하는 공감톡톡 간담회'에서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교육예산 초등에 편중, 중ㆍ고등학생 지원 소외

-저출산ㆍ돌봄, 정부와 공조… 급식업체 ‘공개입찰’

한편,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제출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른 구청 관계자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중구형 초등돌봄>은 2019년부터 ‘전국 최초 지자체 직영 돌봄’ 타이틀을 내걸고 △운영시간 저녁 5시에서 저녁 8시까지 연장 △1교실 2교사 배치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간식 및 석식 등 모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제공을 지원하며 학부모 만족도가 99%에 달했으나, 사업 초기 법적‧제도적 지원 근거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강행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힌 정책이다.

우선 직영으로 초등돌봄을 운영하는 데 있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4년간 구 예산 182억원이 투입되면서 초‧중‧고에 고르게 편성해야 할 교육예산이 초등학교에 편중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지원에서 소외되는 문제와 시설관리 업무를 주로 맡던 시설관리공단이 초등돌봄을 위탁 운영하며 전문성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김길성 중구청장은 저출산은 ‘국가적 위기’로 기초자치단체가 감당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 초등돌봄에 대한 국가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국가에서 함께 나서줄 것을 촉구했으며, 교육감, 서울시장, 사회부총리 등과 대화를 시도하며 중구 초등돌봄이 처한 위기를 설명하고 예산지원을 호소했다. 그 결과 서울시교육청 추경예산 8억원 지원 및 서울시에서 2024년 중구 돌봄 예산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중구청 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중구형 초등돌봄> 민간 위탁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인해 민간위탁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나, 작년 윤석열 정부에서 늘봄학교 시행을 발표했기 때문에 늘봄학교 추진안이 확정되지 않아, 늘봄학교 시행 전까지 현행대로 유지하며 늘봄학교 추진에 맞춘 유동적인 사안이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기간제 교사는 총 95명으로 학교안, 학교밖 포함 정규직 돌봄교사는 총 60명, 기간제는 35명으로 늘봄학교 유동성으로 인해 1년 기간제로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공고문을 낼 당시 1년 기간제 이후 연장 불가, 기간 종료를 안내했기 때문에 계약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구 서울역자이 키움센터(학교밖돌봄센터) 프로그램 진행 모습.

신학기를 앞두고 센터장을 포함한 돌봄교사가 자주 교체될 경우 돌봄교사 및 학생들의 적응이나 교사가 느낄 수 있는 불안함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중구청 관계자는 “우려하는 점은 일부 공감한다. 하지만 돌봄센터는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 대상으로 운영되며 돌봄교사나 센터장이 학습을 가르치는 시스템은 아니다. 돌봄 교사가 자체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용역업체를 선정해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새학기를 앞두고 새로 입학하는 학생과 월반하는 학생이 있고, 매년 이용하는 아동을 모집하고 있어 현재 이용하는 아동이 새학기에도 그대로 이용한다는 보장은 사실상 어렵고, 그 점에 있어 불안하다는 취지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경우에도 법정 의무 교육 등 신입자 교육은 철저히 실시하고 있으며, 해고가 아니라 계약 기간 종료”라고 강조했다.

최근 잦은 급식 지연으로 민원이 많았던 급식 업체 문제에 대해서는 “1년에 한 번씩 공개경쟁 채용 입찰을 통해 급식업체를 선정한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했으며, 초반 운영 미흡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와 집중 점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정 조치를 내렸으며 개선 기간을 주고 있는 상태로 배송 지연은 많이 호전된 상태다”며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봄센터에서 탈락한 아동에 대한 구청의 입장을 물었다.

구청 측은 “돌봄을 신청한 아동이 학교 안팎을 다 해서 총 970명이다. 아시다시피 학교 안 교실을 전부 다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탈락자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학교안 돌봄에 탈락한 학생들을 위해 학교밖 키움센터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며 “현재 대기 인원은 2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대기 해소 차원에서 학교밖 키움센터 올해 추가로 1개소 더 발굴해 준비 중이다”는 답변이 있었다.

한편, 구청 측은 2301명의 주민이 서명해 제출한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조례>에 대해서는 구의회에서 진행하는 과정을 우선 지켜본 후 답변하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