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광장 / 경제위기 대응, 에너지효율 높이기부터
인문학광장 / 경제위기 대응, 에너지효율 높이기부터
  • 임 은 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국제학박사
  • 승인 2024.01.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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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은 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국제학박사
임 은 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국제학박사
임 은 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국제학박사

[시정일보] 2022년도 어느덧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 한해는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데에 더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마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저개발 국가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조차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금리를 대폭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반복적으로 단행하였고, 이 파장은 세계 곳곳에 미치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고환율, 고금리에 수출 저조, 경기 침체의 우려 등 어두운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는 시점에, 우리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 효율을 다시금 비판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에너지효율경제협의회(ACEEE)는 2018년도에 한국의 에너지 효율을 세계 주요 에너지 소비국 25개 중 13위로 평가한 바 있다.

ACEEE는 올 4월에 2022년도 판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번에 한국은 25개 국가 중 11위를 차지했다. 지난 평가에 비해 다소 향상된 등수를 받았지만, 이는 아직도 자랑스러워 할 수준이 아니다. 상위 1위부터 6위까지는 유럽 국가들이며, 7위는 일본, 8위는 대만인데, 9위가 중국, 10위가 미국이다.

8위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지만, 9위와 10위가 엄청난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과 미국인데 한국이 그 보다 하위에 있다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한국의 에너지 효율이 이렇게 중간 수준에 계속 정체되어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ACEEE는 무엇보다 국가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노력 부문에서 14위를 차지하여 전체적 평가에 비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건물 부문이나 산업 부문, 운송 부문은 25개국 평균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가적 노력 부문은 평균보다도 낮았고 중국, 대만, 일본 같은 주변 동아시아국가들의 그것에도 훨씬 못 미친다. ACEEE는 2050 탄소중립이란 야심찬 계획을 세운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문이 많다고 꼬집고 있다.

그런데 ‘국가적 노력’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이나 공기업의 경영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인식과 생활습관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는 깨닫고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사용한 에너지는 6만8000 킬로와트시(kWh) 정도인데, 이는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일본의 3만9000kWh나 대만의 5만8000kWh, 독일의 4만2000kWh에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이다 보니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효율성이 낮다 보니 비슷한 상황의 다른 나라들보다도 높은 소비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 개인 시설이나 건물의 조명이 광고 또는 안전과 상관관계가 낮은 곳조차 훤하게 밝혀 있는 것이나 상업시설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냉난방을 가동한다든지, 농업용 전기가 저렴하다보니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문제나 여기저기 항상 꽂혀 있는 플러그 등,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 효율을 저하시키는 일들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공급은 기본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느니 만큼 안 써도 되는 부분에까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이미 경상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는 이른바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가 주도하여 경제 개발을 달성한 경험 때문인지,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국가나 공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가에만 지나치게 몰두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이면서 에너지 가격도 당분간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탄소배출도 극적으로 줄여야 하는 지금으로서는 공급 못지않게 수요 부분에서의 각성이 선행되어야만 하겠다.

국가적 노력은 물론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때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자원 안보,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의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속화하게 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 재편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으로 점철된 해였다. 이제 새해가 밝았지만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새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3.1%) 보다도 낮은 수준(2.4%)에 머물 것이며 미국 경기 역시 매우 저조한 성장률(0.6%)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은 바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도 정부를 비롯한 복수의 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률 전망이 낮으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경기가 침체되고, 투자가 저조해져 성장 둔화의 늪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 상황에서도 치열한 경쟁과 투자가 진행 중인 산업군들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소위 친환경·저탄소 기술 분야를 지원하고 나선 것처럼, 주요 경제권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탄과 석유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20세기형 탄소경제에서 이제는 에너지 전환 기술을 통해 저탄소경제로 이행을 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 건너뛸 수 없는 단계인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사용 확대가 불가결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치명적인 단점인 간헐성(intermittency)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장을 위한 배터리나 수소에너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장비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여러 광물 자원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갈륨이나 텔루륨, 풍력발전을 위한 터빈을 제조하는 데에는 니켈이나 망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를 위해서는 리튬과 코발트가 필수적이다.

주요 경제국들은 이런 광물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정 연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과 희토류의 EU 중심 공급망 구축하기 위해 ‘유럽핵심광물법(CRMA)’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동 법안은 올 해 1분기 안에 확정되리란 예측이 전해지는 가운데, 유럽판 ‘IRA‘라는 우려 섞인 평가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니 만큼 핵심광물들의 조달 역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한국은 이제 에너지 안보에 더해 자원 안보에서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에 미국, 캐나다, 호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과 한국, 일본으로 구성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이 출범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어 9월에는 뉴욕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주최로 MSP 장관급 회의가 열렸고 우리나라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적극적인 참여를 천명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광물자원의 공급을 안정화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공급망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확고해져야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외교만큼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면서도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메타거버넌스 체제이다.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원 안보마저 도전적이 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한 가지 위기 상황이 여러 다른 분야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넥서스(nexus)를 만들면서 복합적으로 위기 상황이 증폭될 수 있다.

그런 복합적 위기 상황에 적절하고도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 간 원활하고도 민첩한 소통과 유기적인 협동이 필수적이다.

2023년 새해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고 에너지와 자원 안보 상황도 여전히 녹록치 않지만, 우리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부처 간의 협동과 종합적 대응을 실현해 가기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