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새집/ 김용언 시인
詩의 풍경 / 새집/ 김용언 시인
  • 시정일보
  • 승인 2024.02.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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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외진 구석에서 텅 빈 새집을 발견했다
사랑이 따끈했을 보금자리다

빈 둥지를 집어든 순간
아찔했다
햇빛에 바랜 나일론 실들이 엉켜 있다

풀잎 혹은 나뭇가지로 지은 집이 아니라
체온이 없다

손에 힘이 풀렸다
신은 우리와 단절을 선언한 것 같았다
시간도 부술 수 없는 가시 합금의 철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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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처럼 지구의 환경을 아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가평 농막에 살고, 있는 김용언 시인은 정원 나무에서 새가 사는 집을 발견한다. 시인은 풀잎과 나뭇가지가 아닌 나일론 실들로 엉켜진 새집을 본다. 
가뜩이나 지난여름은 환경의 변화로 무더웠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의 무질서가 가져온 결과다. 새들마저도 여기저기 흩어진 나일론으로 건축을 한다. 시인의 시선은 시리고 아프다. 아픈 시선을 그냥 넘기지 못한 시인은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김용언 시인은 ‘사막의 시인’으로 알려진 시인이다. 시간이 나면 사막으로 달려가 낙타의 발자국에 시인의 발자국을 넣어본다. 사막을 주제로 한 시집을 내놓기도 하였다. 눈빛 맑은 낙타가 걸친 스란치마(궁중 예복)에 꽃 눈물이 들고 만다. 
시인이 나뭇가지 새집을 바라보는 심정은 지구의 소중한 진심을 우리 모두 안아 주기를 기다린다. 안아 주는 길만이 지구를 살리는 ‘소중한 진심’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