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 한 점 부끄럼 없이 세상에 나설 수 있어야
시청앞 / 한 점 부끄럼 없이 세상에 나설 수 있어야
  • 정칠석
  • 승인 2024.02.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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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君子之心事(군자지심사)는 天靑日白(천청일백)하여 不可使人不知(불가사인부지)요 君子之才華(군자지재화)는 玉 珠藏(옥온주장)하여 不可使人易知(불가사인이지)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참된 사람은 마음을 하늘처럼 푸르고 태양처럼 밝게 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주와 지혜는 옥돌이 바위 속에 박혀있고 구슬이 바다 깊이 잠겨있는 것처럼 남들이 쉽게 알지 못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마음을 밝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 있게 자기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 놓는다는 말이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몸짓으로 세상에 나선다는 것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마틴 루터는 우리가 매일 수염을 깎아야 하듯 그 마음도 매일 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은 마치 한번 청소한 방이 언제까지 깨끗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어제 지닌 마음을 오늘 새롭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우리를 떠나게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맑고 밝은 마음을 서슴없이 드러내 놓는 것과는 달리 그대가 지닌 지혜의 샘은 될수록 감춰두는 것이 좋다. 가장 아름다운 지혜는 지나치게 영리함이 없는 데에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타인의 속마음을 확실하게 읽어가면서 자신의 속뜻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지혜의 본보기다. 공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은 근심치 말고 내가 남의 재능을 알아 줄만한 슬기가 없음을 근심하라”고 했다. ‘지혜로운 자는 귀가 길고 혀가 짧다’는 영국의 격언을 꼭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작금에 들어 4월10일 총선이 68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비례대표를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지 오리무중이라는 데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제 개편의 결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기존의 병립형 비례제 회귀 사이에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채 명분과 실리를 저울질하며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전체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21대 총선에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제는 위성정당 난립이라는 우리 정당사에 전무후무한 폐해를 낳았다. 선거용으로 급조된 위성정당이 과연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준연동형의 취지가 아닌 실현 방식이 만약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을 여야가 조속히 합의하면 된다. 4년 전 일명 꼼수 위성정당이란 부작용을 낳은 비례대표 선거제를 지금까지 방치하다 편의에 따라 졸속 논의에 나선 것은 국민 선택권을 침해하는 국회의 직무유기라 생각된다. 차제에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세계 정치사에도 없는 위성정당이란 참상을 더 이상 보지 않도록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