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광장 / 겨레를 구한 영웅들
인문학광장 / 겨레를 구한 영웅들
  • 임 정 기 전 한국담배인삼공사 기능사, 수필가
  • 승인 2024.02.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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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정 기 전 한국담배인삼공사 기능사
수필가
임 정 기 전 한국담배인삼공사 기능사, 수필가
임 정 기 전 한국담배인삼공사 기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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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내 삶의 목적이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다. 내가 잘 먹고 잘살려면 남의 것 뜯어먹고 남 괴롭히고, 이런 거밖에 없다. 그런데 영웅이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보다 숭고한 목적과 숭고한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진짜 영웅은 죽어서 신으로부터 추앙받는다. 남들이 결코 가지 못하는 길을 갔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웅은 남다른 용기와 재능, 지혜로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내어 대중들에게 추앙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비슷한 단어로 호응은 사납고 용맹스러운 영웅, 간웅은 간사한 꾀가 많은 영웅을 뜻한다.

보통 영웅 하면 사람들은 그 영웅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영웅도 국가나 민족마다 그 활약상이 달라서 한국 같은 경우는 국가를 외적으로부터 지키면 영웅 대우를 받기 때문에 연개소문 같은 인물이 영웅이냐 아니냐로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연개소문이 당나라의 침략을 몇 번 막아낸 것은 맞지만 연개소문은 대학살을 통해 연 씨가 고구려의 정치를 독차지하는 독재 체제를 만들었고, 결국 고구려가 668년 멸망한 것도 연 씨 독재 체제 때문이었다

행실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고 장기적으로 보면 공과가 나뉜다. 이러한 논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영웅은 영웅인데 뭔가 행실이나 영웅의 이면에 부적절한 면이 있으면 영웅이냐 아니냐로 논쟁이 벌어진다.

뭔가 대범하고 범인이 행할 수 없는 큰일을 한 사람이긴 하지만 뭔가 구린 면, 혹은 역사에서 손가락질받았다 하면 간웅이라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인물이 영웅이냐는 기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부닥치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일까? 각자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배고픔, 추위, 질병, 전쟁(외적의 침입), 문맹(文盲) 등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우리 반만년 역사에서 이러한 엄청난 어려움으로부터 겨레를 구원한 문익점, 허준, 이순신, 세종대왕이라는 영웅이 있다.

추위에서 구출한 문익점(고려말)

옛날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말로 “춥고 배고프다”였고, 편한 신세를 “등 따습고 배부르다”라는 말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 인류들에게는 추위를 극복하는 것이 하나의 숙명적 과제였다.

우리 역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천 년 우리 겨레는 추위에 떨며 살았다. 물론 그때도 지배층에서는 비단이나 호피(虎皮) 등으로 추위에 크게 노출되지 않고 살았지만, 대다수 백성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 한겨울에도 삼베옷 중간에 닭털이나 억새꽃을 넣어 보온하는 정도였으니, 그 어려움을 형언할 길이 없었다. 그런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한 분이다.

질병으로부터 구출한 허준 선생(조선)

허준은 타고난 명의였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의술을 동의보감이라는 필생의 역작에 담아서 이를 후대에 전하였기에 그의 공로는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이 동의보감이 왕명에 의하여 출발하였고 초기에는 5명의 의관이 합동으로 진행되기는 하였으나, 허준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공적은 절대적이었다. 이러한 동의보감은 우리나라 한방 발전에 획기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간행될 만큼 높이 평가되었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이에 허준을 일본에서는 조선의 편작이요 창공이라 극찬하였고, 중국에서도 천하의 보물이라고 칭송하였다.

외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 (조선)

우리나라 역사상 외적의 침입이 수없이 많았지만 가장 오랜 기간, 그것도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었던 전쟁은 바로 임진왜란이 아닌가 한다.

임진왜란 시 나약하고 도망가기에 바쁜 선조.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간언 수렴과 대책을 세우지도 않으면서 당파 이익에만 몰두하였던 왕과 신하들. 제대로 훈련된 군대 하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당시 동아시아 최강의 군대인 왜군을 맞이하여 온 힘을 다하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내었던 분이다.

우리가 다들 아시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시다. 이 위대한 영웅은 선조의 끊임없는 의심 시기 견제, 부하 장수인 원균의 지속적인 음해와 시기 등으로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 그리고 옥살이까지 하였다. 그리고 어디 하나 원조받을 곳이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이를 뚫고 23전 23승의 신화를 이룩하였으니, 이는 바로 실재한 전설이다.

이러하기에 일부 역사학자들은 난세에 이순신 같은 영웅이 태어난 것이 아니고, 하늘이 조선을 불쌍하게 생각하여 이순신 같은 불세출의 영웅을 미리 준비하였다가 때에 맞추어 이를 내려보낸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백성을 문맹에서 구출한 세종대왕(조선)

부모가 자식을 낳은 것은 식목이지만 낳은 자식에 교육을 가해 잘 키우는 것은 양목이다. 동물에게는 먹이만 주기 때문에 사육이라고 하지만 만물 영장인 인간에게는 교육하기에 양육이 된다.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로 수많은 임금이 있었지만, 가정이 뛰어난 임금은 바로 조선 4대 세종대왕이라는데 이설이 없다. 또한, 그분의 가장 빛나는 업적이 바로 한글 창제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유산임이 분명하다.

세종은 집현전을 통해 길러낸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등 소장 학자들의 협력을 받아 우리 민족의 문자를 창제하였다. 한글은 14개의 자음과 10개 모음으로 구성되어 무려 8,800여 개의 소리와 문자를 낼 수 있으나 일본어는 300여 개, 중국어는 400여 개에 불과하다.

일본어나 중국어는 디지털 문자로 바꾸는 데는 다시 한자로 바꾸는 등 절차가 복잡하나 한글은 디지털 문자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1989년 세종대왕상을 준비하여 세계 문맹률 퇴치에 공로가 큰 분에게 수여하고 있는 바이는 한글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대한 큰일에는 항상 반대자도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한글 창제에 반대 여론도 심각할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바로 기득권층인데 반대 사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중국의 글인 한자를 제쳐놓고 우리의 글을 만든다는 것은 중국에 대해 사대(事大)에 어긋난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서민들이 글을 깨우치면 글을 아는 양반들의 기득권이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반대 인물은 잘 아시다시피 최만리와 정창손이다. 이에 세종대왕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최만리를 의금부에 가두고, 정창손은 파직시키면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어쨌든. 훈민정음 한글은 우리의 위대한 유산이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우리의 문자이다. 한글이 가진 의미와 원리를 잘 이용하고 아름답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상기해 본다. 첫째, 한글의 기본원리를 설명한 훈민정음해례본인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962년에 훈민정음이 국보 70호로 지정되었다.

둘째, 유네스코에서는 문맹 퇴치에 힘쓴 사람이나 단체에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오래전부터 노벨상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시민운동 차원에서 심도 있게 주창하고 있지만 꿈을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셋째, 한글은 배우기 쉬운 문자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쉽게 습득하여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문맹률은 낮은 편이다.

넷째,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아 쓰는 이의 수는 표준중국어, 에스파냐어, 벵골어, 영어, 힌디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자바어 다음으로 프랑스어 앞인 12위에 해당한다.

다섯째,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언어학자 학술모임에서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지정하자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는데 한글이 1위,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언어학 대학에서 정한 세계 문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어쨌든 문익점, 허준, 이순신, 세종대왕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한 영웅적 주인공이다. 오늘날 우리가 영웅으로 보답하는 길은 우리의 소중한 자유와 경제 및 안보를 지키는 데 더한층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