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의 명령이다
시정칼럼/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의 명령이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4.02.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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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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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요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국내적으로 복합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4월10일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야 간 신뢰와 협력, 상호 존중은 찾아볼 수 없고 사사건건 대치하며 불신과 혐오만 키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물론 정치권마저 미래의 비전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는 서로 견제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 수립에는 뜻을 모아 협치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비리 범죄를 저질러도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거짓말을 해도 면책 특권을 받는다. 이를 포함해 국회의원의 각종 혜택은 186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의원이 이렇게 방대한 혜택을 누리는 나라는 거의 없다. 

2024년 국회의원 연봉이 작년보다 1.7% 오른 1억5,700만원인데 국회의원에게 이런 고액 연봉이 적절한 것인가. 국민이 보기에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주로 정쟁과 방탄,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포풀리즘 혈세 낭비다. 그런데도 국민소득 대비 OECD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의회 효과성 평가는 뒤에서 둘째다. 분명히 잘못됐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을 공약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해마다 올렸다. 여야가 원수처럼 싸우다가 이럴 때는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다. 세비를 줄여 궁극적으론 평균 가구 소득이나 국민 중위 소득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 그래도 입법 활동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세비는 수많은 특혜. 특권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이러니 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다. 권력 줄 세우기와 극단적 대결 정치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한국 정치 개혁은 의원직의 매력을 크게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공복 곧 국민의 머슴을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데다, 가장 엄정해야 할 사법기관이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불법적인 특권을 누리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고위공직자들이 ‘특권 카르텔’을 형성해서 서로 보호해주고 있으니 부정부패가 없어질 수가 없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전 정권과 현 정권이 사생결단의 투쟁을 벌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어 공생하고 있을 뿐이다. 일반 국민만 갈취당하면서 속고 있을 뿐이다.

작금에 이르러 한국 사회에서 법률과 정책에 의한 국회의원 등의 부조리한 특혜가 지양되기보다는 오히려 양산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회정치가 공생적 양대 정당 때문에 지배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서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의원 특권을 부분적으로 없애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정치가 바뀌고,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 지나친 사회적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회의원은 무엇보다도 정직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제일 먼저 국가에 충성 봉사해야 한다. 특권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표한 일꾼일 뿐인데 선거만 끝나면 주객이 전도되고 만다. 

우리는 민주주의란 각자 다른 의견을 인정할 줄 알고 협의와 타협으로 조율하며 공익을 위하여 힘쓸 줄 아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정당들은 소수의 권력과 계파에 의한, 그곳엔 당원도 국민도 없는 이합집산 그 자체였다.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국민이 잠에서 깨어야 한다. 이제 국민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참된 권력은 국민을 섬김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 나라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특권 카르텔’까지 형성해서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이를 폐지하지 못한 데는 국민의 책임도 크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국민이 나서면 국회의원은 물론 공직자의 특권은 반드시 축소 아니면 폐지된다.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국민적 손가락질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국회의원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가운데도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도 상당히 있다. 다만 특권 폐지에 나서자는 말을 먼저 꺼내거나 이에 동의하기를 주저한다. 혹 ‘너만 잘 났나!’ 하는 비아냥거림을 받거나 ‘왕따’를 당할 수 있어서 말이다. 

국회의원 가운데엔 뛰어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아까운 인재들이 들어가 휩쓸리는 순간 단숨에 밑바닥으로 내리깔리는 장면을 여러 차례 봤다. 그들의 정신을 썩혀버리는 특권 때문이다.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일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완벽히 박탈하는 것이다. 집단 특권을 없애야 요즘같이 떼로 몰려 폭주하지도 못한다. 

정권의 비리나 국회의원의 혐의가 드러날 때마다 소속 정당은 정치 보복, 표적 수사라며 논점을 흐린다. 똑같은 사안으로 처지가 바뀌면 공격 수위는 높아진다. 네가 하면 독재, 내가 하면 민주, 네가 하면 갑질, 내가 하면 자유, 너는 가해자, 나는 피해자, 너희는 불륜 당, 우리는 로맨스 당이라는 식의 논리는 현명한 국민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4월10일 총선에서 최대의 논쟁거리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예방과 치료 백신이 있다. 사탕발림으로 포장한 부패와 적폐는 뒷맛이 매우 쓰다. 어쨌든 부도덕한 국회의원 후보를 잡는 치료 백신은 바로 제대로 된 투표이다. 똑똑한 한 표가 치료제이다. 깨어있는 국민이 합심, 투표 백신을 잘 투여하면 깨끗한 정치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