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총선용 장밋빛 공약보다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유권자 환심을 사야
사설 / 총선용 장밋빛 공약보다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유권자 환심을 사야
  • 시정일보
  • 승인 2024.02.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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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여야 정치권이 4·10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재원 조달 방안도 내놓지 않은 채 현실을 외면한 막연한 장밋빛 선심·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여야가 전국 도심의 철도를 지하화 하겠다는 공약을 동시에 내놓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경기 수원에서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 하는 공약을 제시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신도림역을 찾아 수도권을 비롯 부산·대전·대구·호남 등 전국 도심의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목돈을 분할 지급하고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해주자는 출생기본소득을 재원 대책도 없이 내놓는가 하면, 국민의힘도 저출생 대책, 서민·소상공인 지원 방안 등 수십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그에 합당한 구체적인 비용 충당 방안은 모두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도심지의 철도 지하화 방안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철도가 도심지를 통과해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으며 통상적으로 철도 주변은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한 개발 제약으로 인해 슬럼화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실제로 철도가 남북으로 갈라놓아 그 주변지역이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도심 발전을 방해하는 철도 지하화를 기본적으로는 결코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빌 공자 공약이 되지 않으려면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여야 모두 지하화에 소요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런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한 청사진만 내놓고 변죽을 울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 모두 수백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국가채무가 1100조 원대를 이미 넘어섰고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웃돌며 재정 적자는 내년 GDP의 3%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등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극심한 재정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시점에 과연 선심성 장밋빛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런지 우리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 수입이 당초 목표보다 56조여 원 덜 걷혀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 모두 포퓰리즘 정책 경쟁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해 참담함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정치권은 재원 대책도 없이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총선용 민생포장 포퓰리즘 공약 경쟁을 접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유권자의 환심을 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