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착각하는 머슴도 있다
기고/ 착각하는 머슴도 있다
  • 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4.02.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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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서정규
서정규

[시정일보] 머슴은 주인집에서 고용살이하는 자를 일컫는다. 주인을 도와서 일을 하거나 주인을 대신하여 일한다. 다 지난 시절 농본사회에서 시행되던 제도다. 지금은 회사 등 경제적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리켜 종업원이라고 부른다.

어떤 글에서 한국인을 가리켜 국가 정체성과 역사마저 모르는 불가촉천민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은 불가촉천민인가요? 가장 자극적인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부터 살펴본다. 천민은 사회적 지체나 신분이 가장 낮은 집단을 일컫는다.

현존하는 천민그룹은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의한 수드라(Sudra) 계급 중에서 가장 천한 달리트(Dalit)를 말한다. 인도국민의 80%가량은 힌두교 카스트제도를 믿고 있다. 대도시는 그 제도가 약하게 신봉되고 시골에 갈수록 강하게 믿는다고 한다.

과거 조선 시대 백정(白丁, 백장)은 불가촉천민이었다. 국왕, 대신, 사대부, 양반, 중인, 상민(士農工商 중 농공상), 천민(종, 백정 등)의 계급은 국왕의 전제권력에 의한 사회적 차별제도였다.

이 제도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갑오경장 주동자들이 삼일천하로 모두 처형되거나 처벌됨으로 인하여 조선조 멸망 시까지는 그 인습(因習)이 남아 있었다. 더구나 경제적 재산이 전혀 없던 솔가종(率家從)들은 갑작스러운 제도에 독립할 길이 없어서 그대로 주인집에 종의 신분으로 남길 원하기도 하였다. 참으로 과거 인권유린역사의 아픈 상처라 아니할 수가 없다.

지금도 백정 및 종과 같은 불가촉천민이 있을까요? 국가지도자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폄훼(貶毁)하는 일부 부류에 빗대어, 불가촉천민이라고 우리 국민을 평가해도 괜찮을까요?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당법에 명시된 정당의 정체성이다.

이런 정당에는 매년 국가의 재정지원이 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소정의 선 거상 득표를 얻으면 선거자금도 지원된다. 국회의원 1명당 보좌관과 비서관이 무려 9명이나 국비로 지원된다. 선거철 한 사람당 3억 원가량의 선거자금도 대국민 모금을 할 수가 있다. 대통령은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국회의원은 백팔번뇌 108가지의 특권을 누린다.

과연 이들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어떤 이바지할까요? 아니 이들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이바지한다는 그들의 의무를 과연 숙지하고나 있을까요?

목하 위성 정당을 1~2개월 천하 격으로 만든다. 세간의 떴다방 복덕방도 아니고, 표를 계산하는 천하고 교묘한 당리만 난분분하다. 이런 정당을 평가할 주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를 않는다. 최소한 1년은 있어야 그 정당이 과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어떤 이바지할지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사리(事理)다.

어떤 작자(作子)는 고등 법원의 형을 선고받고도 아직 대법원판결이 남아 있다면서 정당설립을 선언한다. 그 명분이 참 가관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국민이 선택한 국가수반을 공격하는 내부총질을 읊조린다. 또 다른 작자는 쌍욕을 한 유튜버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말 뒤집기를 식은 죽 먹기처럼 하면서도 유력정당의 대표라고 활보한다.

이들의 뒤에는 팬덤(Fandom) 이라는 지지층이 극성을 부린다. 과연 여론 조사 지지율 만큼 인구비례 팬덤이 있을까요? 그 팬덤 그룹에는 소위 진보적 종북좌파도 상당히 있다. 보수를 쳐다보면 소위 태극기 부대라는 또 다른 팬덤이 존재한다.

이런 현상이 국민적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우려를 불식(拂拭)할 대안도 언론의 역할도 없다. 마치 열성 팬 조직이 국가 여론을 장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의 작폐(作弊) 보고 국민 전체를 불가촉천민이라고 부르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것은 알겠지만 너무 나갔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머슴은 과연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국가의 현안을 걱정하고 이를 해결할 지혜나 전략을 가진 자를 말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인격과 지도력을 가진 자를 말한다. 그런 대표자를 우리는 지도자라고 부른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세계정세를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지고, 부국강병의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대인의 실력을 찾으려고 한다. 목하 우리나라의 국가적 과제는 인구감소가 무엇보다도 큰 걱정거리이다. 국민이 편을 갈라서 서로 간에 증오와 폄훼로 총알 없는 총질을 하는 망국적 진영논리다. 북한의 핵무기 무장으로 인한 전쟁의 위험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적 과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지도자 후보들이 영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를 않다. 평소에는 먹고살기에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둘 계제가 못 된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이 집결되면 새로운 역사를 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장롱 속의 금붙이까지 모으는 일치단결된 애국심으로 소위 IMF 사태를 극복해냈다.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저력을 발휘하였다. 70여만 명이 펼치는 거리응원은 세계인들의 눈을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았었더랬다. 지금은 K-pop, K-culture와 K-food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가촉천민의 생각은 흔히 가장 더러운 도둑 근성을 가진 자에게 붙여주는 평가다. 동서고금에 고상한 도둑이란 말은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 소위 국가지도자들에는 이런 불가촉천민의 도둑 근성이 뿌리박고 있다. 주권재민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머슴 주제에 기회만 되면 더럽게 휘두른다. 주인 몰래 나랏돈을 먹어 치운다. 검은 거액의 돈으로 몰래 제 놈 배를 채운다.

그리고서 들키면 딱 잡아뗀다. 사세 불리하면 기억이 없다고 씨불인다. 가장 가관인 것은 돈을 먹은 것은 사실인데 대가성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면서 뚫린 입이라고 잘도 주절거린다. 이런 세태를 가리켜서 요즘 말로 후안무치요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사람다운 부끄러움을 모르는 불가촉천민 의식이다.

머슴인 주제에 주인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의식과 행동거지가 문제이다. 침묵하는 민심은 절대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소위 열성 팬은 많아야 몇백만 이내다. 그들이 5천만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

올해는 총선이 있어서 국민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는 해이다. 6•25동란 후 궤멸(潰滅)된 국토에서 7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이루어낸 우리 국민의 저력이 면면이 살아 있다. 그것도 머리 위에 북핵을 이고서도 이룩해 낸 단결된 높은 국민성의 쾌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우리 국민은 절대 어리석지 않다. 바야흐로 국민적 지혜가 발휘될 때다. 우리는 기대하고 그러한 국민적 선택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