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 그믐달/ 장재훈 시인
詩의 풍경 / 그믐달/ 장재훈 시인
  • 시정일보
  • 승인 2024.0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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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청상과부와
새벽 도둑이 많이 본다는 너,
너는 훌륭한 조명 감독이다.
쪼글쪼글한 노인이나
아픈 마음 지닌 사람이나
다 불러모아
꽃답고 애틋하게 만들어 버린 너,
울음조차도 
아름답게 치장해 버리는 너,
그래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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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은 ‘청상과부가 많이 보는 달’이라는 장재훈 시인. <도망자가 숨어 있다>의 시집은 소설 제목 같아서 흥미가 더한다. 청상과부가 그믐달을 보고 한숨짓는 순간을 끄집어내는 시인의 위트에 또 한 번 웃게 한다.

詩는 청정(淸正)하여도 그만이고, 해학이 넘쳐, 재치있어도 시의 건축은 제 몫을 다한다. 그믐달은 음력 마지막 날에 뜨는 아주 작은 달이다. 새벽에 떠서 날이 밝은 시간까지 머무는 달이다. 과부가 그믐달을 많이 보았다면 과부는 달의 일생을 모두 보았다는 뜻이다. 그믐달을 보며 원초적 본능을 인내하기 위해 무릎을 수십 번은 꼬집어야 하는 외로운 여인이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 부른다. 품을 수 없는 것들도 사랑이라 부른다. 초승달은 닿을 수 없는 이름의 사랑이라고 가르쳐주었다. 내 영세한 사랑에도 풍경이 있다면 이 시는 풍요의 사랑 시다.
초승달과 과부를 빗대어 직유하는 시인의 기법이 속수무책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