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자치단체장 무리한 사업 추진에 제동 건 대법원
사설 / 자치단체장 무리한 사업 추진에 제동 건 대법원
  • 시정일보
  • 승인 2024.0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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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대법원이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전 용인시장과 공무원 등 30여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단체장이 잘못된 판단으로 세금을 낭비했다면 이에 대해 금전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 토대로 지방자치단체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심각한 재정 손실을 초래할 경우 주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인정된 첫 사례로 향후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에 일대 경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민소송은 지자체의 불법 재무회계 행위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번 판결은 2005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 사업과 관련, 주민소송 대상으로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용인경전철은 1996년 사업 초기부터 예산 낭비 사업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용인시장과 시의회,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해 1조원 규모의 혈세 낭비로 지자체의 재정파탄 위기까지 불러온 최악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용인경전철은 2010년 6월 완공됐지만 최소 수입 보장 비용 등을 요구하는 캐나다 봄바디어사와 최소수입보장비율 법정싸움이 벌어져 결국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한 끝에 이자를 포함해 8500억원을 물어줬는가 하면 그 뒤에도 295억원의 운영·인건비를 지급해야 했다. 또한 이용객이 수요 예측에 한참 못 미쳐 운영 적자가 나는 바람에 용인시 재정에도 큰 손실을 초래했다. 이에 용인 시민들은 결국 지자체의 예산 낭비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2013년 10월 전직 시장 3명 등을 상대로 1조 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자체장이 사업성을 과장하거나 수요 예측을 부풀려 추진한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자체에 손실을 끼칠 경우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비단 용인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부채가 누적되면서 2017년 파산에 이른 의정부 경전철을 비롯 막대한 철거비용으로 인해 한때 애물단지로 방치됐던 인천시의 월미은하레일도 마찬가지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지자체 사업이다. 아울러 각 지자체장들과 위정자들은 이번 판결을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더 이상 이런 실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추진 중인 사업들의 적정성을 전면 재검토해 세금 낭비 사업과 전시행정 등 무분별한 치적 사업을 근절시키는 계기가 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