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의료 대란, 환자가 볼모 되어선 안 된다
사설 / 의료 대란, 환자가 볼모 되어선 안 된다
  • 시정일보
  • 승인 2024.02.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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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서울의 빅5로 불리는 병원 등 전국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19일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났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2020년 이전 정부 당시 의대 입학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의 80%가 참여한 후 다시 재연된 현상이다. 서울의 주요병원 등 전국 주요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 여파로 수술이 연기됐고, 진료에 차질을 빚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환자가 인질이 되어선 안 된다고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진료유지 명령을 내리고 비상진료 체계에 돌입했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의료 대란에 대한 공포감은 고조됐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날 시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방침을 내세웠다. ‘PA(의사 보조)’ 간호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했다. 의사들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시행하지 못한 방안들을 임시방편으로 꺼낸 것인데 신중치 못한 처사다.

간호사 단체까지도 ‘협의가 이뤄진 바 없다’라고 일축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는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이 폐기된 사정과도 맞물려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을 담은 법안이 폐기되자 단체는 관행처럼 해오던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들 정책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찬성 여론만 등에 업고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정부는 국민의 여론이 의대 확대를 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대화가 원만하지 않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의사단체는 국민을 언제까지 인질로 잡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의협도 언제까지 의대 확대를 반대만 할 것인지, 여론을 살피기 바란다. 국민의 다수는 의사의 단체행동에 등을 돌렸다. 의료계가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산적한 의료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정부도 오랫동안 동결된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늘리는 일인 만큼 더 정교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늘어난 정원이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보상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특정 분야 쏠림 현상은 정부가 그간 이런 정책 마련을 소홀히 해온 탓도 크다.

국민이 바라보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피곤을 넘어섰다. 이기주의로 바라본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사협회는 의사 한 명을 키우는 것에는 제도적인 방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 방침을 정부와 같이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단체행동의 파괴력이 여느 집단과는 다르다.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가 냉정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절충안을 가지고 국민이 인질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