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전세사기 피해대책, 국회는 특별법 개정하라
사설 / 전세사기 피해대책, 국회는 특별법 개정하라
  • 시정일보
  • 승인 2024.02.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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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전세사기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인천의 A씨는 지난해 2월28일 “나라는 제대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하소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와 국회의 피해 구제책은 사각지대가 많고 여전히 유명무실하다.

정부는 전세사기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자 지난해 5월 우선매수권 부여, 경·공매 유예, 매입 임대 제공, 금융·법률지원 등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지금껏 전세사기 피해 신청자 1만3384명 중 2440명(18.2%)은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다수 임차인이 손해를 입어야 하고 보증금을 떼먹으려는 집주인의 의도를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피해당해도 은행 등에서 긴급 저리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특별법 시행 9개월이 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 활용을 위해 매입한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은 1건에 그쳤다. 경매 대신 채권자와 직접 협의해 주택을 사들인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전세사기는 이제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에 사는 시민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는다. 전세를 회피하는 수요가 월세로 몰린다. 자연히 임대료는 올라가게 된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원룸 등 소형 오피스텔·빌라의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넘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그대로 사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70%에 달한다. 이미 집주인은 잠적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단전·누수·악취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돼 있다.

전세사기 피해 극복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대책이 긴급하게 나와야 한다. ‘선 구제 후 회수’ 방식의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강둑이 터졌으면 일단 둑부터 막아야 하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대안이며 정책의 기본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시민의 입장에서는 부자들을 위한 발 빠른 감세·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피해 구제엔 왜 그리 인색하냐는 하소연이다. 그중에 다행한 것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의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 부쳐졌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정리했던 전례도 있다. 정부·여당의 “선례가 없고 다른 사기 피해와 형평에 어긋난다”라며 반대만 하는 것은 전세 당사자의 하소연에 미흡한 처사다. 국회는 정부의 태도만 보지 말기 바란다. 선거가 아무리 코앞이라지만 해야 할 일은 우선순위가 있다. 전세사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회가 될 때 진정한 시민의 안위를 인식하는 국회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