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그 나물에 그 밥
시정칼럼 / 그 나물에 그 밥
  • 시정일보
  • 승인 2024.02.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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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최 기 복 논설위원

[시정일보] 정당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해 온 한국정치의 단면을 보면서 이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정치판의 속설이 이토록 절감되어 오기도 처음이다. 거대 양당의 독식과 적대적 공생관계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지역이기주의의 산물로 치부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야말로 우리는 정치인들을 지탄의 대상물로만 취급하기에는 떳떳하지 못함을 자백해야 한다. 비교적 바른말을 하고 워딩이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권력에 빌붙어 있기보다 양당의 독주를 막고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 잣대로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을 꿈꾸어 왔다.

22대 총선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왔다. 무엇인가 변화를 가져올 제3세력의 출현은 기대를 부풀게 했다. 빅텐트에 착지하려 했던 그들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합당선언 11일 만에 각자의 길로 가겠다고 갈라섰다.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양당의 부스러기 세력으로 공천에서 배제되고 라이벌로 제거상대가 되거나 당을 분열시키거나 와해를 획책하는 비겁자들로서 작태를 유감없이 보여 준 것이나 아닌지? 이를 바라보는 비판적 정치세력이거나 양당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은 선택의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기권하던지 먼 산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가 한 약속을 저버리거나 잊어버리는 멀쩡한 중증 치매환자나 타인에게는 날 선 칼을 들이대고 혹독하게 다루면서 가족이거나 자신의 친애세력에게는 관대한 지도자의 모습에서 국민은 천인단애의 절벽 위에서 절망과 좌절로 눈을 감고 마는 것이고 이들은 이것을 보면서 내적으로 흐뭇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적대적 공생관계란 이들 정치집단에게 맹종하는 지역이기주의자들이 나누어 먹기식으로 주고받는 정권의 속성으로 반사이득을 주고받는 사이다. 그 꼬락서니가 목불인견이다. 위성정당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법제화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어물쩍 구렁이 담 넘어가는 정당의 지도자를 맹렬하게 공격하는 여당의 지도자가 과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 서로가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똑같이 의석을 나누어 먹으면서 내적으로 희희낙락하고 선거가 끝나면 세 치 혀끝으로 핑계까지도 나누어 먹을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누굴 선택해야 하나? 하여 기대를 걸었던 제3의 정치세력에게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봤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 버린 것이다. 흔히들 선거마저 없다면 민심을 어떻게 표출할 것이냐를 자문한다. 정치의 무관심은 가장 저질스러운 지도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할 곳이 없다. 막막하기만 하다.

선거를 틈타 마구잡이로 날리는 공약에 속고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벌리고 있는 의사들의 사퇴시위로 불안하고 출근길 지하철 전동차의 출발을 막고 시민의 출근길을 막는 장애인들의 작태도 불쾌하다.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이 나라에 희망의 불빛이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보편적 가치의 실종이 부른 히포크라테스의 선언마저 붕괴되어 가고 있다.

빅텐트라는 이름으로 거대양당을 견제하고 균형을 되찾을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가 무너져 내려간다. 정치가 생명력을 지녔다 해도 저희들 좋으려고 하고 있는 짓이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거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 책임도 정치인과 국민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