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제선거참관 :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도구
특별기고/ 국제선거참관 :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도구
  • 장인식
  • 승인 2024.02.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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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식 사무총장 (세계선거관리협의회 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A-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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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이다. 또한 선거는 한 나라의 행사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속한 모든 나라의 일이기도 하다. 어느 국가의 선거든 그 과정과 결과가 오롯이 그 나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듯 국제적 행사인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가 있다. 각국의 선거전문가 및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제선거참관단’이다. 다른 국가의 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국제선거참관’은 선거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당성을 부여하여 민주주의를 증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제선거참관단의 역할은 선거 절차와 결과의 공정성, 정당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선거참관을 통해 선거 그 자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선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토록 중요한 국제선거참관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2013년 창설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A-WEB)이다. A-WEB에는 전 세계 111개국의 121개 선거관리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 선거참관 시 범대륙 다국적 참관단을 구성한다. 2023년에도 콜롬비아 지방선거를 비롯한 6개의 중남미 지역의 선거에서 다양한 국가의 선거관리기관 소속 선거전문가로 구성된 참관단을 운영하였다.

특히 작년 10월 29일 치러진 콜롬비아 지방선거에는 8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A-WEB 국제선거참관단을 운영하였는데, 참관단은 선거 전일 콜롬비아의 선거제도에 대한 연구 브리핑을 시작으로 선거 당일 오전 7시 투표소 개소에서 생체 정보를 통한 본인 확인, 투표 및 투표 마감, 개표까지 선거 전 절차를 참관하는 일정을 거쳤다.

선거 참관이 끝나고는 콜롬비아의 선거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각 국의 선거 전문가로 구성된 참관단의 면면에 걸맞게 비밀투표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유권자 대상 캠페인의 필요성부터 선거인의 투표 보조 허용 규정 개선 권고까지 선거제도 뿐만 아니라 선거환경 및 문화를 아우르는 선거 전반에 걸쳐 11가지 항목의 개선사항을 제언했고 참관단은 이를 콜롬비아 선거관리기관에 전달하였다.

각국 선거관리기관도 이러한 참관단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작년 6월 국제선거참관단을 파견했던 과테말라 동시선거에서는 A-WEB 전문가들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소에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두 달 뒤인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시 과테말라 선거관리기관은 투표소에 임시경사로를 설치하거나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 유권자들을 문턱이 없는 투표소로 배치하는 변화를 보였다.

한편 선거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권자 편의를 증진하여 선거참여를 장려하는 사례도 있다. 작년 필리핀 기초단체 선거(BSKE)에서는 시범적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했고 2026년까지 전면 전자투표를 준비하여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예정이다. 또한 필리핀 선거위원회는 쇼핑몰에 투표소를 마련하여 유권자들이 덥고 습한 기후에서도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슈퍼 선거의 해’라고 불리는 2024년이 시작한지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에도 이미 A-WEB은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던 대만 총통선거, ‘세계 최대 1일 선거’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동시선거 등에 현지 선거관리기관의 초청에 따라 A-WEB 사무처 전문가들을 참관단으로 파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엘살바도르 동시선거에서도 국제선거참관단을 운영하였다.

각 나라마다 선거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선거는 점점 사회적 소수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만은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을 인쇄하여 문맹유권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정신 장애인(People with mental disabilities)의 투표권을 제한하던 과거의 제도를 바꾸어 의사의 금지 진단이 없다면 이들에게도 투표권을 보장한다. 최근 선거가 있었던 엘살바도르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성별 표현과 선거인 명부상 성별이 달라도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또다시 국제선거참관단을 통해 하나의 사례로서 세계에 공유된다.

이렇듯 A-WEB은 회원기관들 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선거관리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최신 정보 및 방법 등을 공유하며 국제선거참관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선거참관은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국제적인 협력과 경험 공유를 이끌어 내며 민주주의 가치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이루어내고 있다.

한편 A-WEB은 오는 3월, 사무처가 위치한 대한민국에서 20여개국 선거관리기관으로 구성된 집행이사회 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A-WEB의 지난 성과를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