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기고/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 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4.03.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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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규 내부통제연구소 대표
서정규 소장
서정규 대표

[시정일보] 의과대학 공부는 참 어렵다. 일반대학이 4년제라면 이 분야 대학은 6년이다. 의사가 되는 데도 장시일이 소요된다. 의대 졸업 후 의사면허를 취득하여, 인턴( Intern, 수련의) 1년과 레지던트(Resident, 전공의) 3~4년 합계 4~5년 훈련 후,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Medical Specialist)가 된다. 전문의로서 내과, 외과 등 해당 분야에서 1~2년 의료행위를 하면 전임의(Fellow)가 된다. 인턴으로부터 전임의가 되는 과정도 복잡하며, 노력이 엄청나고 소요 시일도 장구하다.

흔히 의술은 인술(仁術)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이라는 존경의 의다. 한자도 의사(醫師)처럼 스승사를 쓴다. 박사(博士), 율사(律士)가 선비사를 쓰는 것과 대비된다.

의사는 의료행위에 종사하면서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선서를 한다. 지금 통용되는 의사들의 선서는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선서를 재정리한 1948 제네바 선서를 사용한다. 그 내용을 발췌한다.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나는 마땅히 나의 스승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약속을 나의 명예를 걸고 자유의지로서 엄숙히 서약한다.

의술은 정확한 약, 훌륭한 의료 장비를 가지고서, 충분한 병원 공간을 사용하여 의사의 의료행위 기술로써 환자의 병을 치료한다.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장비가 부실하거나 약이 없고 병원이 없으면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술은 참으로 고귀하여서 우리는 의사를 의사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존경한다.

그런데 의사들이 병원을 박차고 환자를 내팽개치며 그들의 미래 밥그릇을 챙기겠다고 의료 파업한다. 집단으로 농성하고 시위하며, 소속 병원에 사표를 내고 거리로 나간다. 어떤 정신 나간 전공의는 컴퓨터에 저장된 의료 기록을 파괴하고 나간다고 한다. 마치 적군과 전쟁하는 형국이다.

치료받던 환자의 목숨보다 자신의 밥그릇을 먼저 챙기겠다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는 병원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헤맨다. 그러는 사이에 그 환자의 병세는 더 위독해지고 목숨을 잃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동맹휴학으로 저항 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후배들에게 의사가 될 기회를 넓혀주는 데 반대하니,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는지를 모를 지경이다. 히포크라테스선서를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떡잎부터 알아볼 조짐이다.

일반대학에는 취직하기 위하여 취직 고시라는 어려운 시험이 하나 더 있다. 그 대학생들은 우리 밥그릇 보장해 달라고 집단적인 못된 요구를 하지 않는다.

법률 분야는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제도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변호사 자격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들도 밥그릇이 줄어드는데 왜 저항하지 않을까요? 건전한 인격이라면 내 밥그릇 챙기기를 부끄러워하기 때문이다.

대도시에는 큰 병원이 있고, 지방에는 작은 병원이 있으며 그 작은 병원이나마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대도시와 지방을 막론하고 모든 신규 의사도 성형외과를 필두로 한 의료행위 쉬운 분야만 주로 지원하니,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어려운 수술이 있는 분야는 의사를 구하기 위해 애를 먹는다.

이런 의사의 쏠림 현상은 의사들의 이기심이 자초한 것이고, 그 쏠림 현상으로 의대생 정원 증대라는 정책이 나온 것이다. X낀 놈이 화를 낸다는 격으로, 그들이 자초해 놓고 오히려 화를 내는 격이다.

그런 의사의 소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정부가 의대생 정원 2,000명 늘리는 정책을 발표하니, 지금의 불법적 저지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무려 28년 동안 단 1명의 의대생 증원이 없었다고 한다. 그 행위 속에는 그들이 선서한 히포크라테스의 맹세 위반에 대한 일말의 양심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의대생 2,000명 증원을 반대하려면 일류병원 쏠림 현상, 쉬운 분야 선호 현상과 지방 의사 공백에 대하여, 자신들이 해결하겠다는 대응책을 말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로서의 당연한 의무 아니겠습니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밥그릇 걱정에 눈이 멀 것이 아니라, 의대생 입학 정원 2,000명 증대 후 국민 질병 치료의 긍정적인 면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의사로서의 당연한 도리다.

의사들의 사용 약 한 가지 개발하는 데는 질병에 걸린 인류의 고통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 불쌍히 여김)이 바탕이 된다. 신약을 개발해내는 데는 몇천억에서 몇조원의 개발자금이 소요되고, 개발기간도 장시일이 소요된다. 연구개발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병원을 차리는 데는 많은 자본이 들어간다. 인류를 사랑하는 박애정신(博愛精神)이 없으면 병원을 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은 제중원이다. 1885년 서양 선교 의사 앨런이 설립하였다. 서양인이 의사로서의 사명이 없었다면 타국에 와서 병원을 지을 이유가 없다. 그 병원이 연세세브란스병원이다. 만약 앨런이 환생한다면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들의 의료 파업에 대하여 무어라고 말할까요? 그런 숭고한 정신이 오늘날 우리나라 병원 체계를 이룩해 냈다. 그 정신 속에는 내 밥 챙기는 행위가 없다.

이번 의사들의 저항행위는 9차례라고 한다. 그 9차례의 저항행위 가운데 이런 대표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중고등학교 1등, 대학교 1등 한 의사의 진료를 받겠습니까? 아니면 열등한 의사들의 진료를 받겠습니까?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의심할 정도다. 히포크라테스의 통곡 소리가 지하로부터 세월을 거슬러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