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 사기를 왜 양산하고 있을까?
기고/ 전세 사기를 왜 양산하고 있을까?
  • 장선분 전국임대인연합회 부회장
  • 승인 2024.03.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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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분 전국임대인연합회 부회장
정선분 부회장
정선분 부회장

[시정일보] 우리는 오늘도 각종 언론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전세 사기 사건, 전세 사기범 검거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중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형사 처벌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기범(?)이 우리 주위에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부터 최근 KBS 특별 대담까지 빼놓지 않고 강조한 단어가 있는데, 바로 '자유'와 '자유시장경제'다.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정책의 특징은 수요 억제와 세금을 통한 부동산 규제였다. 그럼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윤 대통령이 그렇게도 강조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와 너무나도 거리가 먼 '가격통제'와 '갈라치기'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강제 보증금 보증제도를 윤석열 정부에서는 전세금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증금 보증 가입조건이 주택 공시가격의 150%였던 것을 유예 기간 없이 126%로 갑자기 낮추는 시행령을 통해 전세금을 통제하고 있다.

이제 이 ‘126’이라는 숫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얼마나 강제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지를 바로 보여주고 있는 상징이 되고 있다. 그 영향은 비아파트 임대인들에게 거의 절망이고 살인적이다. 왜냐하면, 주택 공시가의 126%라는 보증금 보증 가입조건에 맞추려면 비아파트 임대인들은 10년 전의 가격으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그 역전세 차익금을 마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차인은 은행 등으로부터 전세금 대출받기 위해 보증금 보증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그 강화된 보증금 보증 가입조건에 해당하는 주택을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처럼 쉽게 전세금 대출받지 못하고 있다. 즉, 임대인들은 마지못해 가격을 낮춰서 세입자를 구해야 하고, 임차인들은 전세금 대출이 가능한 전세 주택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격통제 상황에서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도입된 보증금 보증제도가 도리어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사건을 양산하는 도구가 되고,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를 갈라치게 하고 있고, 보증금 보증 가입 때 주택 가격 산정을 차별화함으로써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갈라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한 도시를 완벽하게 파괴하는 방법은 폭격이 아니라 국가의 임대료 통제 정책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자유시장경제를 배웠다는 프리드먼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임대료가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저렴한 이유는 세계 유일하다는 전세 제도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된 보증금 보증제도로 임차인들이 은행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전세를 월세화하려는 무모한 시도, 그리고 빈번한 전세 사기(?) 사건 등으로 인해, 급격한 월세화와 동시에 월세 폭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결국 청년들의 주거비를 상승시키며, 그동안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전세 제도를 소멸시킴으로써 추후 서민 임차인들의 주택 매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질적으로 주택가격 상한제 역할을 하는 보증금 보증 가입조건 강화라는 복병을 만난 임대인들과 건설업자들은 더 이상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투자 및 공급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보증금 보증 가입조건을 유예 기간 없이 갑자기 강화한 현 정부야말로 급격한 월세화로 인한 주거비 폭등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 사기(?)의 주범이라고 해도 가히 틀리지 않는다.

진짜 전세 사기범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죄에 따라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의의 서민 임대인들마저 고통을 받으며 자신들의 자산 경매를 통해 헐값에 빼앗기거나 결국 모두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아기를 목욕시키고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린다"라는 서양 속담이 현 부동산 시장에 딱 들어맞는다.

지금 윤석열 정부하에서 너무도 많은 임대인, 임차인들, 중개인들, 이사업자들, 인테리어업자들, 건설업자들, 등등… 정부가 생각하는 숫자보다 훨씬 많은 국민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격통제가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그 후유증은 상상외로 크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국민의 탄식과 아우성에 정부는 귀를 닫고 있으면서, 틈나는 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를 외치고 있다.

이렇게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치고, 선한 임대인들조차 악마화하는 정부의 속셈은 무엇인가? 차라리 자신들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서였으면 좋겠다. 부디 비아파트 시장에서 서민 임대인들을 다 몰아내고, 그들의 자산을 정부가 헐값에 매입해서 재임대하거나, 또는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을 월세 주택시장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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