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풍경/ 메아리 (시인 송낙현)
詩의 풍경/ 메아리 (시인 송낙현)
  •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3.05 12:39
  • 댓글 0

 

메아리/ 시인 송낙현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과 같다

한쪽이 주기만 하는 사랑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이다

미워하는 것도

미움을 받는 것과 같다

사랑도 미움도

메아리쳐

돌아오기

때문이다

...................................................................................

먼 산, 메아리는 돌아오는 것만을 알았다. 시인의 메아리 안에는 사랑이 돌아온다는 사실. 시인의 시선이나 귀는 숙련된 킬러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물을 포착하면 끝내 언어로 살해를 하거나 ‘영원’을 만지는 재주를 가졌다. 맞다 사랑은 메아리다. 흰 꽃을 만지는 것이 사랑이다. 그 사랑도 가지 않으면 오지도 않는다. 사랑이 올 때마다 메아리를 보내는 그것은 또 다른 크고 오묘한 사랑을 키우는 것이다. 촛불을 켤 줄 아는 자만이 별들의 푸른 이야기를 듣는 행운을 준다 했다. 메아리는 보낼 줄 아는 자만이 사랑을 받는다. 견딜 수 없는 행복에는 돌아오는 사랑이 전제된다. 시인이 보내는 메아리에는 사랑의 꽃비 되어 돌아오고 있다. 사랑은 개별성이 아니다. 바람이 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를 어루만지고 생명을 키워준다. 사랑의 긍정은 언제나 부정을 이기고 돌아오는 메아리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