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리더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명제 명심해야 한다
시정칼럼 / 리더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명제 명심해야 한다
  • 시정일보
  • 승인 2024.03.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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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중 논설위원
권혁중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새 술은 새 부대에’이다. 이 말의 출처는 예수님이 처음 하신 말씀이며 성경에 있는 말이다. 고대 이스라엘에선 포도주를 담을 때 양이나 염소 같은 가죽 부대에서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딱딱한 낡은 부대에 새 포도주를 오래 담아 두면 발효과정에서 독한 가스가 생겨 터져버리게 된다. 그래서 새 술은 반드시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상식화돼 있었다고 한다. 이는 신맛이 배어있는 헌 부대에 새로 빚은 술을 담으면 새 술마저 변패(變敗)되어 시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과 연결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지난 과거의 낡은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내용이나 형식 일체를 다시 정립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뜻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새 술이 ‘변화와 혁신'이라면 새 부대 자루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제도와 시스템은 일종의 관습이자 사회적 습관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 새 술과 낡은 부대의 궁합이 맞지 않아 결국 새 술을 버리게 될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항상 변화와 혁신이라는 새 술을 빚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다양한 공약을 제시한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서 품었던 큰 가치의 실현을 위해 진력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IT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정보를 집에서 취하고 해외에 있는 지인들과 다양한 소통 수단을 이용해 교류한다. 시간은 연속성에 놓여 있는 인문학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관계가 아니고 상호 호환하는 밀접한 관계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리더는 자신이 약속한 ‘변화와 혁신’이라는 가치를 망각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변화는 자연법칙인 관성의 법칙을 벗어나려고 하눈 것이므로 쉽지 않다. 혁신은 더욱 그렇다. 혁신(革新)의 혁(革)은 가죽을 뜻한다. 신은 새로울 신이다. 가죽을 벗겨내듯 새롭게 하라는 것이다. 가죽을 벗기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만큼 혁신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칭기즈 칸이 세계를 제패한 힘은 열린 사고이다. 그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는 현지인을 인정하고 그들로 하여금 백성을 다스리게 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Obsolete’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쓸모없다는 뜻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익숙하다’이다. 즉 ‘익숙한 것은 쓸모없다’는 의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와 의미가 같은 중국말은 ‘등롱환조 봉황열반(騰籠換鳥 鳳凰涅槃)’이 있다. 풀이하면 ‘새장을 비우고 새로운 새를 채워 넣는다(등롱환조)'와 ‘봉황이 부활한다(봉황열반)’는 뜻이다. 리더는 새로운 새장에 어떤 새를 채울 것인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국민(지역주민)이 새장을 만들어 주었으면 국민(지역주민)이 소망하는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 개방사고를 품은 새로 채워야 한다.

리더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명제를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