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저출산 대책 원점에서 새롭게 판을 짜라
사설 / 저출산 대책 원점에서 새롭게 판을 짜라
  • 시정일보
  • 승인 2024.03.07 15:23
  • 댓글 0

[시정일보] 한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 0.6명대로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정부의 각 부처 저출생 대책 부풀리기가 심각한 수준으로도 밝혀졌다.

먼저 영국의 BBC 공영방송이 한국의 저출산에 집중 조명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BBC는 한국 통계청 출산율에 맞춰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저출산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여성을 인터뷰했다’는 취재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BBC가 만난 30세 TV 프로듀서 예진 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울 외곽에 거주하는 그는 “저녁 8시에 퇴근하니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 털어놓았다.

취재의 자료는 다소 충격적이다. 사연의 예진 씨는 업무의 과중으로 주말에 링거를 맞곤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 있다”라면서 실제로 여동생과 뉴스 진행자 두 명이 퇴사했고, 육아 휴직 후 해고되거나 빠진 예도 있다고 했다.

취재는 또 다른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학원의 강사인 스텔라(39) 씨는 아이를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의 생활 방식으로는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의 문제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짚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수업을 받는 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지적을 하고 있다. BBC는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지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BBC가 바라본 저출산의 근본 대책과는 상관없는 기본계획을 세우고 추진하였다. 정부의 관련 부처와 연관된 정책을 조율하지 못했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도 저출산의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한 현실이다. 나아가서 4차 기본계획 수정판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무늬만 저출산 대책’들을 걷어내고 고용·주거·교육·복지 등 모든 영역의 정책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는 보여주기식 정책 나열에서 벗어나 실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현장 중심에 집중 대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는 질 좋은 보육 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본·헝가리 등의 저출산 대책 사례도 참조가 요구된다. 세제·예산 등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경제 안보와 같은 위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소멸의 참사를 맞지 않으려면 원점에서 출발하기 바란다.